역대 최다 금 도전하는 구본길 “5개월 된 아들에게 금메달 걸어줘야죠”[AG 주목 이선수]

주미희 기자I 2023.09.15 06:00:00

남자 사브르 개인전 4연패·한국 AG 최다 금메달 향해 ‘찌른다’
40년 역사상 역대 두 번째 올림픽·AG 개회식 기수
“아들 우주는 내 동기부여…파리올림픽도 나서고 싶어”
“중국 홈 텃세 예상…한 치의 실수없는 동작 해야”
“후배들 올라올 때까지 버티고 경쟁하는 선배 될 것”

지난 24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 펜싱 국가대표팀 구본길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아들을 낳은 뒤 처음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여서 각오가 더 남다릅니다. 꼭 금메달을 따서 아들 목에 걸어주고 싶습니다.”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34)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인미답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구본길은 항저우에서 개인, 단체전을 석권하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딴(7개) 한국 선수가 된다. 지금까지는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 등이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최고 기록이다. 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라는 대기록도 남긴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거쳐 이번 항저우 대회까지 16년 동안 한국 펜싱 일인자로 군림한 구본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기회인 만큼 더 집중하겠다. 은퇴하기 전에 대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본길은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한국 대표 검객이다. 개인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특유의 ‘공격 펜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2020년 3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은메달 이후 2년여 동안 국제대회 개인전 입상이 끊겼다.

구본길은 “선수라면 다 한 번씩 찾아오는 ‘번아웃’을 겪었던 시기였다. 16년 동안 펜싱 선수, 국가대표로 활동하다 보니 제 인생의 반을 선수촌 안에서만 생활했다. 당연히 번아웃이 올 수 있는 건데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하긴 했다”면서 “그런 것도 저희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감당하는 게 많은 만큼 더 큰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이탈리아 파도바 그랑프리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부활 신호탄을 쐈고,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년 만에 개인전 정상 탈환과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올해 들어서는 3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구본길이 다시 마음을 다잡은 데는 지난 3월 얻은 첫아들 우주의 역할이 컸다. 이제 막 5개월이 된 아들을 보면서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은 물론 2026년 아시안게임까지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우주는 내 동기부여다. 아들이 아빠가 펜싱 선수인 걸 인지할 때까지 국가대표를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적극적으로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던 구본길은 “선수촌 생활을 해서 아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빠를 알아보는 것 같다. 아들을 위해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금메달 합작 멤버인 단체전 세계랭킹 1위 오상욱(27), 김정환(40), 김준호(29)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환상의 팀워크를 선보이겠다는 열망도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구본길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아시안게임이 올림픽보다 더 부담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홈 텃세가 예상되는 중국, 도쿄올림픽 때의 투자가 성과로 발휘되고 있는 일본, 늘 결승에서 맞붙었던 이란이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 구본길은 특히 펜싱이 심판의 판정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은 만큼 중국의 텃세를 가장 경계했다. “조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동작을 해야 (중국의 텃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또 하나의 기록을 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기수를 맡으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막식 기수로 앞장선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간 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모두 기수를 맡은 선수는 핸드볼의 전설 윤경신(50) 현 두산 감독뿐이었다.

한국 스포츠사에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을 써 내려가는 구본길은 “스포츠에 영원한 건 없다. 그렇지만 내려갈 때 롤러코스터를 타냐, 천천히 계단 내려가듯 안전하게 내려가냐의 차이는 있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테랑인 제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또 후배들의 기량이 선배들을 따라잡을 때까지 버티고 경쟁하는 선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구본길의 아들 우주 군(사진=구본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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