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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정수빈 “배역의 상처를 표현하려면 저 스스로 강해져야” [인터뷰]

유준하 기자I 2023.02.15 08:03:47
배우 정수빈.(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배우는 배우는 직업이에요. 각 배역들이 성장하는 힘을 배워나가다 보니 그들 덕에 제가 더 단단해져 있있더라고요.”

SBS ‘트롤리’ 종방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케이지타워에서 만난 배우 정수빈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바로 떠오를 만큼 그는 단단했다.

지난 한 해 출연한 드라마만 4편. ‘트롤리’에서는 극 중 유산을 겪은 미혼모 역을 맡았고 종전 작품에서도 무면허 뺑소니 사건의 소년범이나 데이트 폭행에 노출된 역으로 분한 바 있는 정수빈은 오히려 배역들 덕분에 자신이 강해졌다고 미소 지었다.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터. 그는 “이 인물을 함부로 표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배역 인물의 타임라인을 그려 놓고 개인적 역사를 통해 그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트롤리’ 종영...“선배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저 스스로가 건강한 사람이어야 상처받은 인물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트롤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트롤리 딜레마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롤리 기차에서 선로를 그대로 유지하면 인부 5명이 치여 목숨을 잃고 선로를 틀면 옆 선로에서 일하는 인부가 죽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가 작품의 핵심 주제다.

결국 극 중 김현주가 연기한 혜주라는 인물은 국회의원인 남편 남중도(박희순)의 성폭행 과오를 덮을지, 아니면 자신이 가족처럼 생각하는 현여진(서정연)이라는 인물의 성폭행 아픔을 드러낼지에 대한 선택지에서 여진의 아픔을 옹호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피해자가 솔직하게 자신의 아픔을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메시지를 담아낸 것.

지난 14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더 이상 다른 이의 선택 뒤에 남겨지거나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김혜주가 남중도의 성범죄 사실을 직접 밝혔다. 피해자의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남궁솔법’ 개정은 무효화 됐지만,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대가를 치르는 남중도의 최후는 또 다른 의미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었다.

‘트롤리’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공소권 관련 법안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수빈은 “선배님들이 이런 작품을 선택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배우가 사회에 이로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스튜디오S
◇연기가 하고 싶었던 아버지,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할 무렵, 그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나이가 지긋한 배우가 표현하는 땀과 열정을 보며 ‘저게 행복일까’를 생각했다. 여기에 연기가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접어둔 아버지 역시 그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주요인 중 하나라고.

현재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정수빈은 가족들과 월요일, 화요일마다 ‘트롤리’를 시청한다며 웃었다. 그는 “부모님이 드라마를 같이 보시면서 제가 연기한 인물에 대해 이입을 하시다가도 드라마가 끝나면 대본과 직접 비교도 하신다”면서 “특히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연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데뷔 이래 첫 휴식기인 만큼 여러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고. 심야영화를 보기 좋아하는 그는 최근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 영화 ‘바빌론’을 꼽았다. 정수빈은 “제가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게 지금까지 겪은 모든 현장들 분위기가 뜨겁고 화기애애했다”면서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느끼고 배운 것을 돌려드리는 배우 되고파요”

지난해 종횡무진 활동을 하면서 배우로서 배움이 많았다는 정수빈. 올 한해 목표는 스스로 느끼고 배운 점을 오롯이 주변에게 베푸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특히 다소 밝음과는 거리가 있던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좀 더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정수빈은 “요즘은 좀 밝은 캐릭터가 하고 싶다”면서 “‘아일랜드’의 김남길 선배가 멋진 액션을 혼자 소화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혼자 다 액션을 소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뭔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처럼 위안을 주는 드라마에도 참여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면서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어 “수빈이라는 이름이 무언가를 갚는다라는 의미”라면서 “뭔가 따뜻한 온기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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