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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2015년 외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집안 분위기가 암울해진 터였다. 외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던 설하윤이기에 상실감이 크게 밀려왔다. 외할머니에게는 가수가 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었고 외할아버지에게는 돈을 벌어 집을 사드리고 청소기도 사드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두분 모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데뷔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할아버지는 병원에서 투석을 받다 뇌출혈이 일어나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설하윤은 “상실감에 의욕마저 사라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그 상황이 되니 자괴감까지 들었다. 스스로 ‘너무 못한다’, ‘모든 게 내 탓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엄마는 설하윤에게 “뭐라도 해보라”고 권유했다. 조금 힘을 냈다. 그 때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에 출연을 지원했다. 연습생 생활은 오래 했지만 한번도 TV에 출연해본 경험이 없었던 만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다. 설하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너목보’에 출연하면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아 걸그룹을 할 수 있을지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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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작곡가에게서 트롯을 불러보라는 제안받았다. 가슴이 뛰는 게 느껴졌다. 신이 나서 엄마에게 달려갔다.
“걸그룹에 매료돼 있었고 유행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트롯 제안을 받고 나니 ‘왜 트롯 생각을 못해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리더라고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면서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6시 내고향’ 등의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트롯 무대는 그 만큼 친숙했다. 엄마가 “너 정말 트롯 가수가 하고 싶으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하고 싶다”고 답했다. 주위에서는 ‘트롯을 할 줄 몰랐다’ ‘왜 트롯을 하느냐’며 설하윤의 선택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설하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좋아했던 노래 장르라 어려서부터 많이 불렀다. 그런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가수생활을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원을 다닐 때, 연습생 생활을 할 때 흘려들었던 ‘노래에 뽕끼가 있다’는 자신에 대한 평가도 떠올랐다. 운명처럼 지금 소속사 TSM엔터테인먼트 강인석 대표를 만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려서 TV를 통해 음악프로그램을 보면서 보아의 ‘넘버원’을 따라부르며 춤을 추던 아이는 그렇게 가수로 데뷔했다. 지금은 가수로서 무대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웹드라마까지 섭렵하며 팔방미인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