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와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경기단체연합회 및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대한체육회 제재 촉구‘에 대한 우려 성명서’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지난 22일, 8개 시민단체(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낸 한국의 선수인권 침해에 대한 IOC의 검토와 제재의 내용을 담은 서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경기단체연합회와 노동조합은 “이번 서한 발송으로 △2032년 올림픽 유치, 동경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 총회 개최 등 국제 스포츠커뮤니티 행사를 위축시켜 국익에 반할 수 있고, △국제스포츠기구에 건의하거나 소통하는 데에는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들의 총의가 반영돼야 하며, △이번 미투사건을 계기로 체육계는 선수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해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는 “한국 엘리트체육계가 그들이 지닌 인식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너무도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엘리트체육은 국가를 위해서만 존재하고, 국위선양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다른 희생도 감내할 수 있다는 그들의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며, 국제적인 체육계 변화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 여론과 만나지 못한 채 여전히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문화연대는 논평을 통해 “첫째, 이번 서한 발송이 국익에 반한다는 주장은 엘리트체육계가 이번 체육계 성폭력 사건의 본질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동안 우리사회의 체육은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아래 국위선양과 국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왜곡돼왔다. 그 과정에서 선수 개개인의 인권과 자율성은 희생돼왔고,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력·폭력 문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개인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야할 국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둘째, 전체 구성원의 총의가 아닌 소수의 시민단체가 IOC와 같은 국제스포츠기구에 서한을 전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은 애초에 IOC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궤변에 불과하다”며 “IOC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 한국의 경우는 대한체육회)는 국가체에 귀속되는 조직이 아니라, 올림픽운동을 전개하고 대회를 추진하기 위한 독립된 단체이다. 그런 점에서 IOC와 NOC는 국가라는 개념에서 볼 것이 아니라, IOC의 산하단체로서 NOC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 따라서 일부의 시민단체 일지라도 NOC의 문제점을 IOC에 문제제기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서 반영돼야 한다면, 과연 전체 구성원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묻고 싶다”며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엘리트체육인들을 전체구성원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대표성을 지닐 만큼의 사회적 책임과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셋째, 체육계가 선수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해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IOC 항의서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체육계의 선수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계속해서 반복돼왔다. 그때마다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체육계는 이를 용인하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은폐했다. 이 과정에는 지도자들과 각 종목단체 책임자들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암묵적으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이런 흐름을 깨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정도가 아니라 체육계 전체의 구조개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출발점은 모든 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한체육회의 개혁이다”며 “여전히 대한체육회는 NOC라는 위상을 이용하여 정부의 권한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정부와 사회의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새로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는 무관심한 채, 국가주의라는 전근대적 목적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체육단체와 그 집단들을 보며 더이상 체육계의 스스로의 변화와 자정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변화의 출발은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의 완전한 개혁이 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