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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각자 위치에서 조국을 지킨 인물들을 담은 드라마다. 이병헌·김태리·유연석·김민정·변요한 등 화려한 캐스팅과 400억 원의 제작비로 제작 단계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4부작인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끌고 간 힘은 들불처럼 일어난 의병들의 이야기였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고애신(김태리 분)의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극악무도한 일본의 만행에 모든 것을 내걸었던 이들의 고군분투가 보는 이들을 울렸다. 자체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린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최종회에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소속 프레데릭 아서 맥켄지 기자와 의병들의 만남이 그려졌다. 유진 초이의 통역으로 맥켄지는 의병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종군 기자였던 맥켄지는 1908년 ‘대한제국의 비극’이란 책을 발간하고, 1920년 ‘한국 친우회’를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을 후원한 실존 인물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맥켄지는 의병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흑백으로 처리된 찰나의 장면이었지만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역사책에 담긴 장면 그대로 화면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실제 사진 또한 1907년 경기도 양평에서 활동한 의병대를 맥켄지가 촬영했다. 인물 배치나 소품이 모두 실제 사진과 흡사했다. 의병들의 대사 역시 맥켄지의 책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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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도산 안창호 선생, 박승환 등 독립운동가와 이완용 등 매국노들을 고루 되짚었다. 22회에선 배우 박정민이 안창호로 특별 출연했다. 출소한 유진 초이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청년에게 조선의 근황을 물었다. “조선을 지키는 의병이 있다”는 유진 초이에게 청년은 “나도 그중 하나”라며 자신을 안가(家) 창호라고 소개했다. 민족의 실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 활동과 우리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을 강조한 독립운동가 안창호를 조명한 짧지만 강렬한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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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은 ‘상속자들’ ‘도깨비’ 등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연이어 성공시킨 화앤담픽쳐스의 김은숙 작가와 윤하림 대표의 또 다른 성공신화다. ‘미스터 션샤인’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 선판매로 드라마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판매가는 300억 원(중국 제외)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의 3/4을 일찌감치 회수한 셈이다. 여기에 CJ ENM으로 방영권 판매(220억 원), 국내 VOD(주문형비디오) 수익(30억 원), PPL(간접광고) 수익(20억 원) 등을 더하면 57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대의 방송문화’라는 글을 통해 “전 세계에 배급된 ‘미스터 션샤인’은 기존 드라마와 전혀 다른 공간적 상상력과 역사적 해석, 인물의 선택을 보여준다”며 “여기에서 사용되는 유머는 지극히 동시대적이고 탈한국적이며 서구적으로 과장된 연기에 기대고 있어 글로벌 시청자를 위해 제공할 콘텐츠임을 환기시킨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