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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TV드라마③]제작진도 알아요, PPL 과하다는 거

이정현 기자I 2015.12.12 07:00:00

노골적인 드라마 PPL… '울며 겨자먹기'

드라마 ‘용팔이’의 한 장면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핸드폰 좀 줄래? 방 좀 알아보게.”

9월 방송된 SBS 드라마 ‘용팔이’의 한 장면이다. 김태희의 발을 주물러주던 주원은 갑자기 휴대폰으로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모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휴대폰이 화면 가득히 잡혔고 “이 방이 괜찮은 것 같다”고 직접 오피스텔을 골라 보여주기도 했다.

장면이 나간 후 ‘용팔이’를 보던 시청자들은 실소를 터트렸다. ‘역대급 PPL’이라는 조롱 섞인 보도도 쏟아졌다.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분노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제작진도 이상한 거 다 안다

드라마 속 간접광고인 이른바 PPL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드라마에 잠시 비치거나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직접 언급하거나 TV 광고나 다름없는 수준까지 왔다. “손빨래 기능이 있어서 얼룩이 금방 사라져요.”(드라마 ‘화려한 유혹’ 속 세탁기 PPL), “지갑 없어도 휴대폰으로 결제하면 돼.”(드라마 ‘마을’ 속 휴대폰 결제 PPL), “김칫독을 땅에 묻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드라마 ‘내 딸 금사월’ 속 김치냉장고 PPL) 등 사례도 많다. 재벌가 가족들이 외식을 하러 나가서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찾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도 PPL 때문에 연출된다.

PPL 수위가 높아질수록 시청자의 불만도 쌓인다. 제작진도 안다. 과도한 PPL이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PPL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불만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작가와 메인 PD 등 핵심 제작진이다.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는 게 PPL이다.

△낮아지는 시청률 만큼 거세지는 자본 영향력

드라마 PPL 수위는 시청률 변화와 반비례한다. 방송사 시청률은 해마다 내림세다.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지고 IPTV 등을 통한 ‘다시보기’가 활성화됐는데 시청률 집계는 여전히 옛 방식이다. 광고 단가는 자연스레 내려간다. 제작진은 제작비를 위해 무리수를 감수해가며 PPL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는 시청률이 떨어진 만큼 드라마 속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내주길 바란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PPL도 과감해진다. ‘용팔이’ 속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PPL은 당시에는 실소를 짓게 했으나 광고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제작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은 불안정성이 커졌다. 편당 제작비는 상승추세인데 시청률이 안 나오니 삼중고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중간 광고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드라마 속 PPL의 수위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현장의 푸념인데 적절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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