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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승현은 뜻밖에 진중했다. 돈이나 인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차기작으로 ‘동창생’을 택한 이유 역시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학원물인 줄 알고 피했는데 다시 보니 아니더라고요. 진지한 영화를, 진지하게 찍고 싶었어요. 주위 분들이 예상 관객수를 많이 묻는데 전 그보다는 박수 받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영화에서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남한에 잠입한 공작원 리명훈 역할을 맡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이중생활은 영화 밖 현실에서도 계속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영화배우 최승현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백빙의 탑으로 장장 4개월을 살았다. 그는 영화 촬영과 빅뱅 월드투어 공연을 병행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를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라고 회고했다.
오른쪽 손등에는 커다란 흉터도 남았다. 총기에 오토바이 등 영화에 나오는 격한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하다가 생긴 상처다. 족히 스무 바늘은 넘게 꿰맸을 듯 보였다. 극 중 집 안에서 유리창을 깨는 장면에서 보이는 피는 진짜 자신이 흘린 피라고 했다.
“‘포화속으로’를 하면서 느낀 건데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다 보이더라고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는 게 좋겠다고 느꼈어요. 초반에는 음악 없이 동작을 크게 하는 게 처음이라 힘들었어요. 오기로 버텼죠. 사고 당시 유리 파편이 튀어 살점이 들리고 핏줄이 다 보일 정도였어요. 수술까지 받았는데 흉터는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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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원래 음악만 하던 애라 배우의 꿈은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연기를 하게 됐는데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포화속으로’로 상을 받은 이후부터는 책임감을 갖게 됐고요. 하려면 똑바로,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했죠.”
음악과 연기 중 어떤 것이 더 좋으냐는 물음에는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과 앵글 안에서 표현하는 것 둘 다 즐겁고 행복한데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다. 음악을 할 때에는 연기가 하고 싶고, 연기할 때에는 무대가 그립다”고 청개구리같은 성향을 드러냈다. 최승현은 그렇게 영화 촬영을 마치고 준비에 돌입한 노래를 이달 중순 영화와 함께 선보인다. 빅뱅 멤버 가운데 마지막으로 싱글앨범을 내고 개별 전에 나선다. 최승현은 “음악과 영화 모두에서 시너지를 받는다”면서 “이번 앨범 역시 실제로 영화 ‘동창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굉장히 강렬하고 전투적인, 주문(呪文) 같은 음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좋아하는 영화로는 ‘대부’를 꼽으며 “어릴 때부터 로버트 드니로, 알파치노 등 선 굵은 배우들을 좋아했고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대부’를 즐겨 볼 세대는 아니지 않으냐고 의아해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제 안에 ‘할배’가 있다고 한다”면서 웃었다. 빅뱅 멤버들 이외에 가깝게 지내는 연예인들 역시 나이가 한참 위인 배우 이정재, 정우성 등이다. “가구, 건축 등 취미가 비슷해 가까워졌다”고 했는데 10대 외모에 30대 혹은 40대 사고를 지닌 ‘청개구리’ 혹은 ‘할배’ 맞다.
그는 자신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이고 또 조였다.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특히 엄격했다는 그는 “빅뱅이란 팀도 그렇고 가수 탑도, 배우 최승현에게도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잘하고 못 하고가 아니라 어떤 걸 어떻게 하느냐를 고민하면서 점점 더 나사를 조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졌는데 가끔은 좀 풀어줘도 좋지 않으냐는 우려에는 “어려서부터 특히 나 스스로에게 엄격했다”라면서 “긴장을 늦추면 나태해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예술인으로서의 롤 모델로는 외할아버지를 꼽았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서근배 씨(1928∼2007)로 ’목격자’ ‘육탄’ ‘고려장’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제가 할아버지를 닮았나 봐요.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점 등 성향이 저와 매우 비슷하셨죠. 돌아가시기 전에 ‘명상으로 영혼을 살찌워라’라고 하셨어요. 제가 여린 성향인 걸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거죠. 할아버지의 유언이 저를 채찍질하는 말이 됐어요. 그래서 더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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