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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적 책임 생각해야”:방송사의 맞춤법 외면이 구설에 올랐다. 한글학회는 KBS에 ‘차칸남자’ 제목 수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6일 보냈다. 방송사의 맞춤법 외면이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SBS는 청소년 시청자 보호시간대에 ‘런닝맨’이란 잘못된 표기를 예능 프로그램 제목으로 내걸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주부 김미경 씨(38)는 “TV에 ‘런닝맨’으로 나온다고 아이가 당연히 맞는 말인줄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런닝맨’의 바른 표기는 ‘러닝맨’이다.
TV 속 대사와 자막을 들여다보면 맞춤법 파괴는 더 하다. ‘멘탈붕괴(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 ‘타락 삘(필) 충만(SBS ’고쇼‘)’ ‘유느님(유재석을 일컫는 말,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등의 은어 사용은 애교 수준이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지난 4월 최민수 편에서 ‘야스리(줄)’란 일본말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SBS ‘신사의 품격’에서는 극중 선생님인 김하늘이 학생들에게 “디졌어”라고 했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후지게’ ‘빡세게’ 등의 비속어가 종종 등장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두고 “방송의 저품격 언어 사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5월 한 달간 지상파 3사 드라마 5편(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SBS ‘바보엄마’·‘신사의 품격’, MBC ‘신들의 만찬’·‘닥터 진’)과 종합편성채널 4사의 드라마 6편(JTBC ‘해피엔딩’, MBN ‘사랑도 돈이 되나요’·‘수상한 가족’, TV조선 ‘지운수대통’, 채널A ‘불후의 명작’·‘굿바이 마눌’) 등 11편을 분석한 결과, 총 492건의 저품격 방송언어 사용 사례가 나타났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연구원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청소년 영향력을 고려해 올바른 표기 사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잦은 은어 사용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의 소외감이나 불쾌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시청자 박건한 씨(57)는 “MBC ‘무한도전’ 등은 젊은층만 아는 단어가 나와 무슨 소리인 줄 도통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강력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해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올바른 우리말 사용 노력이 중요한 시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현실감 살리기 위해서는”:하지만 방송 언어를 맞춤법과 분리해 좀 더 유연한 시각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맞춤법이 오히려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반대 의견이다.
김진원 ‘차칸남자’ PD는 “‘착하게 살자’를 ‘차카게 살자’로 표기했을 때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그런 글씨를 쓴 사람의 과거나 삶의 지향을 느끼게 된다”라며 ‘착한 남자’가 아닌 ‘차칸 남자’로 제목을 쓴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틀린 표기를 썼다는 설명이다. 정성효 KBS드라마국 부장은 “방송언어는 문어(文語)가 아닌 구어(口語)”며 “현실감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차칸남자’는 극중 주인공이 사고로 정신연령이 확 낮아져 일기장에 쓴 글을 제목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국 한 PD도 “‘이웃집 웬수’의 경우 비표준어인 ‘웬수’를 제목으로 단 이유는 ‘웬수’ 속 정감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원수는 ‘적’이라는 느낌이 강해 드라마 분위기와 잘 맞기 않는다. ‘원수’라고 표현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손인규(36)씨는 “착한이란 말을 몰라 ‘차칸’을 표준어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나치다”며 “보도 프로그램도 아니고 드라마나 예능에서 느낌이나 맥락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을 비트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