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30)은 달랐다.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2009년 대마초 사건에 연루됐을 때 이야기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스스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대마초에 손을 댔던 때가 검찰 조사 1년6개월 전이다. 검사 결과는 그도 알았다.
모두가 의아하게 여겼던 ‘그때 그 사건’에 대해 주지훈은 “그게 사실이었으니까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어요. 여기서 부인을 하면 평생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누구보다 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해 안 되겠더라고요.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었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군대에 다녀왔고 20대 후반이던 나이도 어느새 서른이 됐다. 훌쩍 성장해 있었다. 연기에 대한 의욕, 삶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그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내달 개봉 예정인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다. 충녕대군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노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에서 주지훈은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 1인 2역을 연기했다.
톱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2006년 MBC 드라마 ‘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새 출발을 알리는 첫 작품 역시 배경이 궁이다.
“아무래도 전생에 궁과 인연이 많았나 봐요. 궁을 받치고선 나무 기둥쯤 됐을까요? 다음 생엔 사람으로 태어나 여기서 살고 싶다 바랐을지 모르죠. 궁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요. 익숙해서 그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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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좀 빵빵해야죠. 전체 131신 가운데 120신에 제가 나와요. 훌륭한 선배님들 덕분에 연기하기가 편했네요. 리액션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죠. 웃어주면 절로 행복해지고, 화를 내면 그 자체로 무서워지니까요. 한마디로 ‘금밭’이었어요. 저는 그냥 줍기만 하면 됐죠.”
인터뷰 중간 그는 ‘파밭’에 얽힌 이야기도 했다. 피부가 생각보다 더 까맣다고 하자 “어릴 때 엄마랑 밭일을 하도 다녀, 그때부터 까매진 게 아닐까 싶다”며 어릴 적 추억 하나를 꺼냈다.
어린 주지훈에게 최고의 간식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파였다. 일하다 끼니때가 되면 솥단지에 물을 부어 밭에서 직접 밥을 해먹곤 했다. “그때 대파를 뽑아 펄펄 끓는 물에 넣고 열을 센 뒤 꺼내 먹으면 그게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파밭 한가운데 있을 때에도 그는 이렇듯 부자였다.
주지훈은 담백했다. 화려한 수사로 자신을 포장하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였고, 또 그렇게 봐주길 바랐다.
주지훈은 어떤 사람이냐 물었다. “겁이 없는 남자, 왜곡이 두려운 연예인”이라고 자신을 말했다. 좌우명은 “나에게 최후에 최후까지 싸울 용기와 의지가 있었노라”다. “조금 덜 벌고, 조금은 덜 영예롭게 살더라도 나 자신을 지키며 살고 싶다”고 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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