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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연예인 쇼핑몰 `우후죽순` 이유 있었네

조우영 기자I 2012.06.18 08:25:51
▲ 연예인을 내세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다가 최근 폐업한 한 사이트의 과거 홍보 페이지 이미지(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아이처럼 귀엽고 청순한 얼굴을 가졌지만 글래머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 `베이글녀`로 유명세를 탄 여배우 A. 그녀는 얼마 전 한껏 멋을 내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국하지는 않았다. 예정된 해외 일정도 없다.
 
A는 공항에 왜 나타났을까. 한 인터넷 쇼핑몰 홍보에 쓰일 일명 `공항 패션`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트콤 같은 상황을 전해 듣고 폭소를 터트린 기자에게 해당 쇼핑몰 대표는 "공항에서 사진이 찍혔으면 `공항 패션`이지 꼭 비행기를 타야 하느냐"고 눙쳤다.

서울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던 B씨는 최근 10개월 동안 6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B씨는 A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의류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는데 실패했다. 그가 서너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지경에 A는 쇼핑몰에 이름과 얼굴을 빌려준 대가로 받은 목돈을 들여 성형수술을 했다.

B씨는 "오프라인 매장이 어려워지면서 `하루에 1000개가 생기고 1000개가 망한다`는 인터넷 쇼핑몰에 눈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서 당장 눈에 띄려면 연예인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허황한 꿈을 꿨다"고 말했다.

연예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OOO 쇼핑몰`로 불릴 수 있는 연예인의 얼굴마담료는 통상적으로 1년에 1억 2000만원~1억 8000만원가량이다. 방송 출연이 잦은 연예인은 매출액에서 약 30%를 수수료로 떼가기도 한다. 순이익금이 아닌 매출액 기준이다.
 
연예인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기 쉽다. 잘 돼도 걱정이다. 모델 재계약 시 해당 연예인이 무리한 요구를 해와도 그의 이름을 내건 쇼핑몰 간판을 바꿔달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쇼핑몰 운영자들은 연예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싶어한다.

이유가 있다. `박리다매`를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상품을 팔아도 이문이 거의 없는 일명 `땡마진` 출혈을 감수한다. 연예인을 내세웠다고 물건값을 올려 비싸게 팔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거래량이다. 쇼핑몰은 특정 택배사와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송비(2500원 기준)보다 할인된 가격(약 1300원)으로 상품을 보낼 수 있다. 여기서 1000원 이상의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다. 반품 때도 마찬가지다.

B씨는 "회원 수 확보 측면에서도 연예인이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소셜커머스 등에서 `반값 할인`을 하는 것도 쇼핑몰 회원 가입자와 거래량을 늘리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 수가 많으면 쇼핑몰을 그만큼 비싼 값에 매각할 수 있어서다. 한때 10만명의 회원 수를 확보한 모 배우의 쇼핑몰은 10억원에 주인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을 휩쓴 미녀스타 C는 최근 쇼핑몰 사업자와 갈등을 벌이다 결별했다. 자신이 모델로 나서고 디자인과 경영에까지 관여했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쇼핑몰 측이 C의 이름값을 이용해 투자를 받아놓고 `먹튀` 조짐마저 보였다. C의 한 측근은 "알고 보니 쇼핑몰 측이 가진 돈이 별로 없어 C의 이름을 이용해 한몫 잡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지분을 갖고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이 아닌 단순히 얼굴마담으로 나선 연예인들은 좀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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