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영건들에게 필요한 건 뭐? 수비!

정철우 기자I 2010.08.26 10:27:04
▲ 김성태, 김성현 [사진제공=넥센]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넥센은 25일 현재 45승3무68패로 7위다.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무산된지 오래다.

하지만 넥센을 완전한 패자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듭된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팀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투수를 대거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오재영 김성현 고원준 문성현 등은 어느 팀에서건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그들 중엔 꽤 오랜 시간을 돌아온 케이스도 있지만 기대치는 한결같다.

가지고 있는 기량만 놓고 보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임에 분명하다. 스피드는 물론 제구력과 배짱, 여기에 확실한 승부구도 갖추고 있는 투수들이다.

그러나 아직 '확신'은 이르다. 그저 '잘 던지는 투수'까지는 이를 수 있어도 특급이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는 것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투수가 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중 가장 큰 대목은 바로 수비다.

넥센은 8개팀 중 투수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다. 25일 현재 16개로 1위다.

물론 2위 두산(15개)이나 3위 SK(13개)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 두산은 2명의 외국인 투수 히메네스(4개)와 왈론드(3개)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SK도 글로버가 5개나 실책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그 차이가 매우 커진다.

25일 문학 SK전은 투수의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장 잘 보여준 경기 중 하나였다.

선발 김성현은 최근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듯 안정된 공을 던졌다. 그러나 5회 두차례의 실수가 뼈아팠다. 기록된 실책은 없었지만 엉성한 투수 수비는 스스로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았다.

5회 무사 1루. SK 정근우의 번트 타구가 힘 없이 1루쪽으로 굴렀다. 포수 강귀태가 별 탈 없이 잡았다면 정근우는 1루에서 아웃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현이 함께 공을 쫓은 것이 화가 됐다. 김성현은 오히려 강귀태의 앞을 가로막게 됐고 이때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른 정근우가 1루에서 세이프 됐다. 1사2루가 될 상황이 무사 1,2루 위기로 바뀌었다.

김성현은 같은 이닝, 또 한번의 실수를 했다. 2-3으로 역전된 1사 1,3루. 4번 박정권의 2루 땅볼 때 1루 주자 김재현이 런다운에 걸렸다.

1,2루 사이에 멈춘 김재현의 재치 덕에 3루 주자 정근우는 홈을 밟아 2-4. 김재현을 잡았다면 이닝은 종료될 수 있었다.

그러나 런다운 과정에서 1루가 비게 되었고 김재현은 여유있게 1루에서 다시 세이프 됐다. 1루를 지켰어야 하는 야수는 바로 투수 김성현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병살 플레이를 예상했던 김성현은 마운드에 서 있었다. 뒤늦게 1루로 달려가 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결국 김성현은 다음 타자 최정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김성현이 기본적인 수비만 해 줬어도 이날 경기의 흐름은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경기 후 어지간하면 선수들을 꾸짖는 멘트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투수들의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밝히곤 한다. 지난 22일 잠실 LG전서 패한 뒤에도 "1회 투수의 실책이 아쉬웠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날 선발은 또 한명의 유망주 김성태였다.

투수들은 수비 훈련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공을 좀 더 빠르게, 혹은 새로운 변화구 장착에는 관심이 많지만 반복된 수비 훈련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 투수코치는 "수비 훈련 시킬때가 가장 힘들다. 던지는 건 신나서들 하는데 수비 훈련은 집중도가 크게 떨어진다. 투수도 공 던진 뒤에는 야수다. 다 자기 몸값 올라가는 일인데도 수비는 하기 싫어하는 선수가 많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 한국 프로야구를 크게 움직였던 대 투수들은 대부분 수비가 매우 빼어났다. 선동렬(현 삼성 감독)이나 송진우(한화.코치 연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송진우는 이데일리 SPN과 '달인에게 묻는다' 인터뷰서 "투수는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는 하나의 무기다. 한때 타격 페이스가 좋은데 발이 느린 선수가 있다면 일부러 거른 뒤 다음 번트 수비에서 병살을 노린 적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넥센의 젊은 유망주 투수들은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지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서가 아니다.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흔적 없이 사라진 유망주들도 얼마든지 많다.

넥센이 유망주 천국이 아니라 진짜 강팀이 되기 위해선 당장은 입에 쓴 약도 미리 미리 챙겨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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