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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작품성에는 경의를, 그러나 시청자 취향에 맞는 드라마였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9일 24부로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내려진 방송계의 평가다.
지난 1월21일 첫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는 고(故) 고우영 화백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1월5일 첫 방송된 KBS 2TV ‘꽃보다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만화 원작 드라마, 더구나 타이틀 롤도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인공 이민호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가 된 정일우라는 점에서 ‘돌아온 일지매’에 대한 기대는 적지 않았다.
그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돌아온 일지매’는 첫회 시청률 18.5%를 기록하며 기세등등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KBS 2TV ‘미워도 다시 한번’과 SBS ‘카인과 아벨’이 방송을 시작하며 경쟁에서 밀려나 한자릿수까지 추락한 시청률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8.2%로 초라한 종영을 맞았다.
그럼에도 ‘돌아온 일지매’는 작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섬세한 표현이 돋보였고 전국 8도를 돌아다니며 원작에 가까운 배경을 카메라에 담은 점과 내레이션을 동원한 서사적 스토리 전개 방식 등 새로운 시도 때문이다.
‘돌아온 일지매’는 조선시대 협객 일지매를 주인공으로 한 만큼 일지매의 액션에 중점을 둬도 됐을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액션보다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부분, 감성이 드러나는 섬세함을 갖췄다는 평가다.
웬만하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일지매가 어쩔 수 없이 한명을 죽이러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에서 손바닥으로 벽을 쓸면서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걷는 모습으로 착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 한 예다. 시청자들에게 순간적인 즐거움을 주는 볼거리보다는 드라마를 오래 곱씹을 수 있는 요소에 치중한 것.
또 월희(윤진서 분)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뒤에 절이 있는 원작과 비슷한 배경을 찾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매 장면마다 적합한 렌즈를 갈아 끼워가며 촬영을 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했다.
이런 노력과 작품성은 ‘돌아온 일지매’가 방송 시작 전 절반 이상 촬영을 미리 마치는 제작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미니시리즈는 ‘생방송’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방영일정에 맞춰 1주일에 2부씩 빠듯하게 촬영 스케줄이 진행된다. 16부작인 경우 4부 정도는 촬영을 마쳐놓고 방영을 맞지만 곧 1주 2부 촬영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돌아온 일지매’는 방영 6개월여 전인 지난해 7월부터 촬영에 돌입,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로케이션을 마치고 절반 이상 촬영한 상태로 방영을 시작해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돌아온 일지매’는 종영 1주일여를 앞두고 촬영을 모두 끝냈다. ‘돌아온 일지매’는 드라마 제작의 모범적인 형태를 제시했다는 또 다른 성과도 이룬 셈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적인 드라마의 이야기 전달 방식이 아닌, 내레이션을 이용했고 원작에 충실해 만화적 재미를 살리는 묘사를 한 것 등이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가 결국 일부 시청자를 제외하고는 외면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통 사극을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들의 느린 대사처리, 속도감 없는 전개는 드라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빠른 연결을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함을 주는 요소였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돌아온 일지매’의 완성도는 인정하지만 연출자의 의도가 시청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방송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리려면 현재 트렌드에서 반보만 앞서가라는 말이 있는데 ‘돌아온 일지매’는 너무 앞서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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