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잉헤 데 브뤼인(35)은 우승자에게 빨간색 튤립으로 만든 축하 꽃다발을 안겼다. 브뤼인은 올림픽 통산 금메달 네 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다섯 개를 일구며 세계 여자 단거리 수영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스타. 물속에서 날아다니는 듯 폭발적인 힘을 보여 '플라잉 더치우먼(flying dutchwoma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챔피언에게 부케를 전한 브뤼인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기도할 때처럼 두 손을 모아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
네덜란드의 전 수영 영웅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은 선수는 같은 나라의 말린 펠트하위스(Veldhuis·29). 25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막을 내린 2008유럽수영선수권 여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세계신기록(24초09)으로 1위를 했다. 브뤼인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우승을 하며 세웠던 종전 기록(24초13)을 8년 만에 0.04초 앞당겼다. 펠트하위스는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모험을 걸었다. 관중의 격려가 아니었다면 이길 수 없었다"고 밝혔다.
펠트하위스는 작년에 자유형 50m 쇼트코스(25m 풀) 세계신기록(23초58)을 세웠고,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금메달 두 개를 수확했던 강호. 유독 롱 코스(50m 풀)의 메이저 대회와 금메달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에선 2000년 시드니 대회 계영 400m에서 브뤼인 등과 호흡을 맞춰 땄던 동메달이 최고 성적. 작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 땐 은메달 하나(자유형 100m)와 동메달 두 개(자유형 50m·계영 400m)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선수권에선 여자 계영 400m의 마지막 영자로 출전해 세계신기록으로 1위를 하는 데 앞장섰고, 자유형 100m에서 1위를 하더니 50m까지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해 대회 최다관왕(3관왕)으로 이름을 올렸다.
펠트하위스는 어려서부터 가끔씩 호흡곤란 증세를 겪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수구 선수로 활동하던 열아홉 살 때 코치의 권유로 병원에 갔다가 천식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수영 실력이 크게 늘어 자연스럽게 종목을 경영으로 바꾼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여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선 이탈리아의 페데리카 펠레그리니가 4분01초53으로 터치 패드를 찍어 로르 마나두(프랑스)가 갖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4분02초13)을 0.60초 경신했다. 마나두는 이번에 배영(200m 1위·100m 2위)과 혼계영 800m(1위)에만 출전했다.
영국의 14세 '다이빙 천재' 토마스 데일리는 남자 10m 플랫폼에서 491.95점으로 우승, 유럽 선수권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