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귀화 러브콜…"태극마크 金 따려고 거절했죠"

조희찬 기자I 2018.03.07 06:43:59

스키 모굴 '개척자' 최재우
어렸을 때 '스키 신동'으로 불려
세계랭킹 4위로 평창올림픽 출전
결선 올랐지만 착지 실수로 눈물

최재우가 6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희찬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번호 뒷자리도 ‘2018’로 맞췄는데…. 이제 다시 ‘2022’로 맞춰야죠.”

최재우(24)는 한국의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 간판이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우리나라 설상 종목 선수 중 가장 유력한 메달리스트였다. 평창 대회 예선 2차전에서 무결점 연기로 81.23점의 높은 점수를 얻는 등 메달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결선 2차전 두 번째 점프에서 착지에 실패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아쉬움의 크기를 대변했다.

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최재우는 “넘어지는 순간 머릿속에 ‘아 재우야 4년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스스로 아쉬움도 컸지만 그동안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평창올림픽을 올림픽이 아닌 그저 지나가는 다른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부담감이 엄청났다”고 털어놨다.

최재우는 2014 소치 대회 때도 2차 결선에 올랐다. 당시에는 메달을 기대하던 선수가 아니었다. 부담이 적었다. 그러나 평창은 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시상대에 서는 꿈을 꿔왔다. 어렸을 때부터 ‘스키 신동’으로 불리며 캐나다의 귀화 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했던 그였다.

최재우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잘해도 한국에서 잘하고 싶었다”며 “한국인이라면 태극기를 가슴에 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캐나다 국민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1위에 올랐을 때 그 기쁨이 더 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한국의 첫 설상 종목 메달 염원은 동생인 이상호(23)가 풀어줬다. 이상호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최재우와 이상호 모두 아버지가 공무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서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올림픽 무대까지 왔다. 최재우는 “(이)상호도 지난 시즌이랑 다르게 올 시즌에 월드컵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마음 고생이 정말 심했는데 올림픽에서 한 번에 일을 내더라. 정말 대단한 선수다”라고 제 일처럼 기뻐했다.

최재우의 눈은 이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1994년 생인 그는 4년 뒤에도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다. 평창 대회는 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최재우는 “4년이란 기회가 다시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에 이상화 선수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더 큰 희망을 얻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열심히 하면 (베이징에서 메달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우는 평창 대회로 어렵게 얻은 동계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평창 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베이징 대회에선 선수들 모두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

최재우는 “동계 종목의 인기가 확실히 올라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알려야 한다”며 “특히 모굴 스키는 가파른 언덕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두 번의 화려한 점프가 매력이다. 직접 보시면 짧은 경기 시간에도 많은 팬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최재우가 지난달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2라운드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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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사진=갤럭시아SM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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