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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김시우(22)는 ‘우승 일등 공신’으로 퍼팅 그립을 꼽았다. 올 시즌 7차례 컷 탈락과 4개 대회 기권 등으로 고전했던 김시우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 샤프트를 단단히 잡는 집게 그립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역대 최연소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김시우의 우승으로 퍼터를 잡는 그립 방법이 골프계의 새로운 화제로 떠올랐다. 퍼팅에 대한 고민은 아마추어 골퍼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잡을 때의 그립을 퍼팅에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방법은 여러가지다. 결국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그립을 찾는 게 최상이다. 프로 선수의 그립을 따라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우승 부르는 ‘집게 그립’
최근에는 집게 그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르시아가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제패한 게 시작이다. 최근에는 필드에서 집게 그립을 따라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집게 그립은 김시우, 가르시아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애덤 스콧(호주)은 지난해부터 롱퍼터 사용이 금지되면서 일반 퍼터로 갈아탔다. 그립은 롱퍼터 사용 때처럼 집게 그립을 잡았다. WGC 캐딜락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를 들어올렸다. 왕정훈(23) 역시 집게 그립으로 바꾼 뒤 유럽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필 미컬슨(미국)이 집게 그립을 잡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됐다. 미셸 위도 우스꽝스러운 기역(ㄱ)자 자세를 버리고 올해부터 이 그립을 사용하고 있다.
집게 그립은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을 거꾸로 잡는 방식이다. ‘연필 그립’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클로(Claw) 그립이라 불린다. 클로는 새의 발톱이나 갑각류의 집게 발을 뜻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 샤프트를 움켜쥐면 된다. 손목 사용을 억제해 퍼터헤드가 직각으로 가기 때문에 방향성이 좋다. 1~2m 정도의 짧은 거리나 빠른 그린에서 효과적이다. 반대로 롱퍼팅에서는 홀에 붙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르시아는 “(집게 그립)에서 오른손은 거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동작을 제어하는 왼손이 모든 일을 다 한다. 스트로크가 훨씬 매끄럽고 중압감이 높을 때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골프여제 만든 ‘역그립’
박인비(28)는 왼손이 오른손 아래에 위치하는 형태의 그립을 잡는다. 각종 메이저대회를 석권할 때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도 퍼팅 그립은 한결같았다.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도 같은 그립으로 퍼트를 한다.
레프트 핸드 로우 그립(left-hand-low grip) 또는 크로스 핸드 그립(cross hand grip)으로 불리며 보통 ‘역그립’으로 통칭한다. 오른손 손바닥이 목표를 향해 그립의 윗부분을 잡고, 왼손은 오른손 아래를 잡는다. 이 그립은 왼손 손목 사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에 직진정이 탁월하다. 짧은 거리의 퍼팅을 자꾸 빼는 골퍼라면 이 그립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집게 그립처럼 거리감이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습량이 받쳐줘야 한다.
◇“누가 뭐래도 난 전통그립”
컨벤셔널 그립(conventional grip)은 골프에 입문할 때 누구나 잡게 되는 그립이다. 리버스 오버 래핑 그립(reverse overlapping grip)으로도 불리며 클럽을 잡는 것과 방법은 같다. 전통은 무시할 수 없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 그립을 벗어난 적이 없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지난해 초 잠시 역그립으로 바꿨다가 돌아왔다. 골프 인구 중 ‘열의 아홉’은 이 그립을 사용한다.
이 그립은 오른손이 왼손 아래에 놓인다. 클럽을 잡듯이 손가락이 교차되는 형태가 아닌 왼손 검지가 오른손 전체를 감싸 쥐듯 잡는다. 양 손 엄지손가락은 그립의 납작한 부분에 대고 일직선을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거리감을 맞추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왼쪽 손목이 고정돼지 않아 방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짧은 퍼팅을 놓쳤을 때는 그날의 라운드를 망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