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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벼락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밤의 축제

박미애 기자I 2016.09.23 08:15:34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내달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28일부터 시행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올해는 공식 행사와 별도로 진행되는 부대 행사가 대폭 준다. 영화인 및 관계자, 미디어를 대상으로 ‘~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신작 라인업을 발표했던 배급사 주최의 부대 행사가 대표적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매년 진행해온 ‘CJ의 밤’을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배급사도 다르지 않다. 쇼박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롯데엔터테인먼트도 라인업 발표행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빙벨’로 촉발된 영화제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라인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등 표면적인 이유를 들지만 이를 접은 배경에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오해를 받기 싫다는 마음이 들어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식적 행사에서 통상적·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등’은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 ‘일률적’이란 말이 모호하다. 행사의 성격이 공식적인지 아닌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닌지 따지기가 애매해서다. 혹시나 모를 논란을 우려해 올해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밤마다 열리는 각종 행사가 영화인 및 관계자, 미디어의 특별한 관심을 받은 것은 신작 공개도 있지만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리여서다. 이를 통해 영화 관련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국내의 좋은 작품과 감독, 배우들이 해외 미디어에 소개돼왔는데 교류의 장이 사라지게 됐다.

영화제 명소 ‘해운대 포차(포장마차)촌’도 예년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영화제 기간에 들어서는 포차촌은 평소 작품 하며 취재 하며 친분을 쌓은 영화인과 관계자들, 기자들이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운 좋으면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어 관객과 시민에게도 인기다. 포차촌이야말로 영화인과 관객, 시민이 한 데 어울리는 영화축제의 취지에도 부합하며 영화제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는데 한 데 있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어 포차촌의 소탈한 밤문화도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0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 몇 년 사이 한류 열풍 덕에 중국 유커의 방문을 늘면서 중견기업 매출액에 육박하는 경제적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간 영화제는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 경제에도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축된 분위기가 지속되면 영화제가 힘을 잃는 것을 떠나서 부산시와 부산시민, 부산 지역 경제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청렴한 사회를 위한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혹 오해를 받을까봐 소박한 행사마저 아예 취소해버리는 분위기는 부산 지역 경제나 영화제를 찾은 팬들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며 “올해는 다이빙벨 사태에 김영란법까지 더해 더 썰렁한 축제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또는 언론인, 학교법인의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법이다. 대상자들이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금품가액의 2~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에도 연 3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간 열린다. 부산 일대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월드 프리미어 96편(장편 66편, 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장편 25편, 단편 2편) 등 69개국에서 초청된 301편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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