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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최대 복합상영관 CGV가 30여 년 전 해묵은 관행을 시장 변화에 맞춰 바꾸겠다며 부율(입장권 수익 분배 비율) 조정의 칼을 빼들자 할리우드 직배사의 한 관계자가 세태를 풍자해 한 말이다. 80년대 단관 극장 시절 외화 조달이 쉽지 않을 때에는 부율이 한국영화보다 높았는데 요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CGV에 영화를 걸지 않겠다고 맞선 할리우드 직배사는 한 곳이다. 바로 픽사·마블·루카스 필름을 한지붕 아래 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다. 지난해 ‘어벤져스’로 700만, 올 초 ‘아이언맨3’로 9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개봉한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은 2년 연속 월트 디즈니에서 나왔다. CGV와 마찰 속에 상영에 돌입한 월트 디즈니의 신작 ‘토르2’는 반쪽 개봉을 뛰어넘어 첫날 1위로 출발해 4일까지 6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그렇다고 출혈이 전혀 없었다곤 할 수 없다. 월트 디즈니는 더 많은 수익을 챙길 기회를 놓쳤고, CGV는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경쟁사에 눈 뜨고 관객을 빼앗기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월트 디즈니 측은 “CGV가 좀 더 진지한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CGV 극장에 영화를 걸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CGV가 중요한 파트너”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아이맥스(IMAX) 등 CGV만 가진 특화된 상영 시스템과 관련해선 더 나아가 “안타깝다”고 했다.
국내 1위 플랫폼 업체와 외화 콘텐츠 업체의 갈등에 각 분야 2위 업체는 눈치만 보고 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두 업체 모두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싸움도 가능한 것이다. 또 이 같은 용기는 내가 가진 제품이 세상에 흔치 않은 ‘명품’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영화 제작사 10개사는 CGV,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과점을 막겠다면서 공동 투자배급사를 설립했다. 업계에선 이들이 내놓는 작품의 규모와 질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만 차린다고 곧바로 ‘갑(甲)’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느 한 분야의 갑이더라도 다른 분야에 부딪히면 을의 입장으로 변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프랑스 명품 샤넬은 유명 백화점들에서 앞다퉈 좋은 조건을 내걸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소비자들도 알아서 찾질 않는가. 갑이 되는 가장 확실한 채널은 스스로 샤넬이 되는 것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가난 상속자’에서 벗어나는 길 역시 마찬가지다. 나만이 가진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야 성공하는 세상이다.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갑을 논쟁으로 시끄럽다. 갑이 되고 싶은가. 스스로 ‘샤넬’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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