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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영화 ‘마이 라띠마’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의 ‘감독’인 유지태(37)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만났다. 감독으로 선보인 첫 장편영화.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마이 라띠마’는 태국어로 ‘새로운 삶’이라는 뜻이다.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해 영화 19편, 드라마 1편을 찍었다. 그렇게 스무 고개를 오르고 내린 뒤 감독으로 선보인 첫 작품이 바로 ‘마이 라띠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흡사 유지태의 드라마 같다.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 청년실업자(배수빈 분)와 한국인과 결혼한 태국인 이주 여성(박지수 분). ‘마이 라띠마’는 세상이 등 돌린 외로운 두 남녀의 힘겨운 삶과 사랑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댄다.
15년 전부터 매달려온 이야기다. 어촌 마을 아이들에서 이주여성으로 대상은 바뀌었지만, 유지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대로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제가 어렸을 때 독립적인 성향을 갖게된 환경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끌렸는지 모르죠. 좁은 어깨의 아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들이 살면서 느꼈을 피눈물 섞인 아픔을 함께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숨은 재능은 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영화 ‘마이 라띠마’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당시 제롬 클레멘트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예민한 소재임에도 감독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아름답게 표현됐다”며 “‘마이 라띠마’가 그의 첫 영화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한순간 얻어진 결실이 아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배우 유지태’와 ‘감독 유지태’는 더불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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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단편 ‘자전거 소년’으로 감독 데뷔해 2005년 제작사 유무비를 설립한 이후에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초대’ 등 4편의 중·단편 영화를 연출했고, 2편의 연극도 제작했다.
그가 이끄는 영화제작사 ‘유무비’는 영어로 ‘Yoo Movie’, 한자로는 ‘有無飛’라고 쓴다. 유지태는 “있거나, 말거나, 뜨거나, 말거나, 창작은 계속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어로 ‘유필름’이 아닌 ‘유무비’라고 칭한 것은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감독이자 배우인 유지태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배우로 한창 활동할 때에도 그는 “나는 상업배우이고, 그러므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것 못지않게 작품의 흥행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겉은 부드러우나 속이 단단하다. 데뷔 초에는 ‘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연기력으로 떼어냈고, 지금은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또 다른 편견에 작품으로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균형 잡힌 삶에 대한 갈망도 여전했다. “저예산·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방부제 역할을 한다”면서도 정작 자신은 “규모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상업 작가 감독’이 되는 것. 보다 큰 예산을 움직이는 감독, 그러면서도 제 색깔을 확실히 내는 감독이 되는 게 목표다.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전 제 몫을 다 할 거예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영화배우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두 가지를 다하려니 정말 바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드는 다음 영화는 ‘마이 라띠마’처럼 15년은 걸리진 않기를 바라죠.”
유지태는 남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키만큼 영화를 보는 눈높이도, 꿈의 크기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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