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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일찍 알았다면"…앱 앨범 새 블루오션

조우영 기자I 2013.03.06 07:29:09

[이 사람]작곡가서 K팝 벤처사업가 변신 윤희성

윤희성 ‘K팝 러너’ 총괄이사(사진=인코렙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가수 별·브라운아이드걸스·영턱스클럽의 여러 곡을 작사·작곡한 윤희성(40) 씨. 그는 ‘아이 엠 샘’(2007)·‘결혼 못하는 남자’(2009) 등 다수 드라마의 OST를 책임진 유명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최근 화려하게 변신했다. 한류의 미래를 책임질 K팝 벤처사업가로서다.

윤희성 씨는 현재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 ‘K팝 러너’(K-POP LEARNER)의 총괄이사(대표)다. ‘K팝 러너’는 쉽게 말해 ‘앱 앨범’이다. 세계 최초다. 지난해 12월 첫 문을 열었다. 안정화 기간을 거쳐 이달 중순께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설 예정이다.

“각 기획사가 우리에게 지역별로 글로벌 저작권을 풀 수 있는 권한만 주면 ‘K팝 러너’ 앱 앨범은 세계 어디에서든 구글마켓이나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수 있어요. 기존 국내 음원 판매 플랫폼인 멜론·엠넷 등이 할 수 없는 일이죠.”

좀처럼 어려울 것 같던 국내 음원 저작권 글로벌 서비스가 그의 손을 통해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이제 우리나가 대중음악이 전 세계에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간 한국 가수의 음반이나 음원이 외국에서 유통되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저작권자들과 유통사, 외국 현지 라이센스사와 메이저 퍼블리시티 업체의 합의가 필요했는데 쉽지 않았다.

“한 마디로 복잡했죠. 각자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다 보니 아쉬운 쪽의 고민만 컸죠. 전체 시장 대비 K팝의 수요가 아직 작은 점도 한국 가수 앨범의 외국 유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음악에 관심을 갖다보니 K팝 발전을 위해 한몫하고 싶었어요.”

윤 씨는 음악인이기 전에 콘텐츠 기획자였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빛시스템에서 근무하며 드라마 음악감독직을 병행했다. 수출용 LG 홈시어터 노래방 기기에 삽입되는 곡들의 저작권을 푸는 역할을 그가 했다. 당시 경험과 노하우가 ‘K팝 러너’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K팝 러너‘의 핵심은 역시 기술력이다. 해당 앱에서 내려받은 K팝 음원은 한글 가사가 영어 발음 기호대로 자막이 나온다. 외국인이 한국어 노래를 발음대로 읽고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노래에서 가수의 보컬을 빼고 반주만으로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할 수 있다. 노래를 틀어 놓고 동영상을 찍으면 자동 편집기능을 거쳐 즉석에서 뮤직비디오가 뚝딱 탄생한다. 이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바로 올릴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여의 개발을 거쳐 탄생했어요. 2010년 세계적인 IT 매체 미국 ‘레드헤링(Red Herring Magazine)’이 선정한 ‘톱 100 기술상’도 받았죠.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기술입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에서는 이미 특허를 냈다.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매월 ‘K팝 러너’ 측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자사 오디션 시스템에 활용 중이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손을 잡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훌륭한 기술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정작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가요 제작자들은 ‘K팝 러너’를 외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 빅스·엠블랙·시크릿·달샤벳과 솔로 가수 허각·에일리 등이 앱 앨범을 제작했다. 정상급 K팝 스타는 드물다. 지난해 K팝 붐이 일면서 IT 분야와의 접목을 통한 비즈니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점을 떠올리면 의외다.

윤 씨는 “앱 앨범에 대한 유통 사례가 없으니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점차 사람들이 ‘K팝 러너’를 알게 되고 팬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아쉽다. ‘상품(음악)’을 기존 도매상보다 마진을 덜 보고 전 세계에 팔아주겠다는 데 오히려 ‘거액을 먼저 내어 놓으라’는 요구를 받기 때문이다. 음원 판매 수수료 외 일종의 계약금으로 수 천만원에서 억대를 부른 사례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가요 기획사들이 도전과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 해요. 실제 겪어보니 가요계가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음악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큰 건 이해하지만 대성공을 거둔 후 안전하게 승차하려는 의식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는 법이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싱글 메인차트 ‘핫100’서 1위를 못 한 이유는 가사가 거의 한국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했던 말이다. 음악은 국가와 인종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단, 노랫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어 언어의 중요성은 크다. ‘K팝 러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싸이의 성공 기반이 된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하기에도 ‘K팝 러너’는 제격이다.

그는 씨익 웃었다. “싸이가 만약 ‘K팝 러너’ 앱 앨범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곧 그들이 돈 보따리를 싸 들고 ‘K팝 러너’ 앞에 줄을 설 때가 반드시 올 겁니다.”

※ 윤희성 ‘K팝 러너’ 총괄이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다. 콘텐츠 기획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음악 관련 엔터테인먼트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는 여러 작품의 작사·작곡에도 참여한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국내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공식 응원가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무적 LG’도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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