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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올림픽 8회 연속 4강 진출을 결정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후배들의 경기를 중계하던 임오경 SBS 해설위원은 살짝 목이 메 있었다. “남자 대표팀이 힘들고 여자 대표팀도 최강 러시아랑 붙고…. 신경을 쓰다보니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임 위원도 사실상 후배들과 함께 뛴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예선부터 한 경기 한 경기를 감정이입해 중계했다. 이날 한국은 세계 랭킹 2위의 러시아와 극적인 승부 끝에 1점차로 승리했다. 올림픽 8연속 준결승 진출의 금자탑을 쌓는 순간이었다.
임 위원의 말처럼 핸드볼 대표팀은 매번 어려운 싸움으로 힘겹게 4강에 왔다.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의 플레이 메이커 김온아가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했다. 2004 아테네의 적수 덴마크, 2008 베이징의 오심 악연 노르웨이 등 녹록치 않은 대진도 이어졌다. 러시아와 몬테네그로가 비기면서 꼬인 일정 역시 대표팀의 ‘우생순’(우리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 재현에 일조했다.
임 위원은 “이번 만은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 중계를 하던 임 위원은 한국의 4강이 결정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현장을 중계했다. 경기가 끝난 지 1시간이 넘는 시점에서도 임 위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또 그렇게 드라마를 쓰면서 이긴다. 울지 않을 수 없다.”
임 위원은 그래서 후배들이 ‘우생순’을 그만 쓰길 바랐다. 힘겹게 상대를 물리치는 모습이 보기 딱했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이 해피엔딩으로 런던 올림픽을 마무리하기도 바랐다.
“후배들에게 그랬어요. 2004년에 금메달로 선수생활을 마무리 못하니까 제가 가장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후배들에게는 선배들 업적을 위해서 뛰지 말아라. 마지막 무대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니까 너무 아프더라.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 땄으면 좋겠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그렇게 말해줬어요.”
임 위원의 간절한 바람이 통하기까지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정확히 2승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