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9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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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지난 5일 방송된 SBS `아이러브인`에 출연한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태풍이 불어닥쳐도 대나무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마디가 있기 때문이죠. 마디는 휴식입니다."
배우 김범이 큰 마디를 새겼다. 고등학교 때 데뷔해 끊임 없이 성장만 해오던 김범은 바삐 걷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지난 2010년 방송된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이후다. 1년 여의 기간 동안 김범은 휴식을 취했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본의 아니게 1년 정도 쉬었어요. 예상치 못했던 때였죠. 오랜 기간 쉬다보니까 느낄 것도 많더라고요."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범은 한결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배우 김범의 현재는 정확히 그 지점이다.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아요. 결승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 뒤돌아보니 출발점도 보이지 않고요. 묵묵히 가는 거죠. 페이스 조절하면서요."
김범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드라마 `에덴의 동쪽`, `꽃보다 남자` 등을 통해 쉼 없이 달렸다.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시청률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춤했다. 김범 스스로도 "좀 많이 부진했다"고 자평할 정도다.
"작품이 잘 되지 않아 초조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일을 하고 싶었고 차기작을 무리해서 출연한 적도 있었죠. 뭐라도 해야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방어책이라고 할까요? 1년 정도 쉬면서 제가 출연한 작품을 봤는데 그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더라고요. 바빠서 미처 보지 못했던 제 캐릭터를 확인한 거죠."
김범은 데뷔 이후 줄곧 일에 매진했다. 스스로에게 열흘 휴가를 준 적도 없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 사이에 공백기를 주는 데 비하면 `워커 홀릭` 수준이다. 김범이 스물 둘에 적어넣은 쉼표는 작품을 대하는 김범의 마음가짐까지 바꿨다.
"오랜만에 작품에 참여하면 욕심이 굉장히 생기죠. 그런데 작품이란 건 작가님과 스태프들도 함께 만드는 거잖아요. 제 욕심을 챙길 게 아니라 우리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내 것이 아닌 우리 작품이라 부를 수 있게 된 거죠."
인식의 변화가 있기에 김범의 2012년은 새롭다. 지금까지 연기해온 배역을 소중히 아우르는 한편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배역을 통해 얻는 감정이 소중해요. 여운도 오래가겠죠. 그렇지만 소중한 감정은 제 안에 쌓아놓고 좀 빨리 차기작에 들어가고 싶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다른 사람과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기대감도 커요."
(사진=킹콩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