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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먼저 독자 여러분께 질문 한가지를 던져보겠다.
“당신은 프로야구 감독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야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만큼이나 천차 만별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또 팀 사정에 따라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크게 분류를 해보자면 세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우선 당연히 팀 성적이 좋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팀의 리빌딩을 탄탄히 해주는 것도 좋다. 오래도록 단단한 팀을 만드는 것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세 번째는 재미있는 야구 정도가 될 것이다. 답답한 속을 화끈하게 풀어줄 무언가를 보여주는 스타일의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당신이 구단 사장이라면 어떤 감독을 기용하겠습니까?”
팬의 입장이라면 이 역시도 수없이 많은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실제 야구단 사장(혹은 구단주)의 생각은 하나뿐인 듯 하다. “우승하는 감독”만이 정답이다.
삼성은 30일 선동렬 감독이 전격 용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진사퇴를 100%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 감독은 이미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에 돌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무리 훈련이 끝난 뒤에도 외국인 선수 등 전력 보강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선 감독은 리빌딩에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의 재임기간 6년간만 떼어놓고 봤을 때 같은 기간 동안 팀을 가장 젊고 활력있게 바꾼 감독으로 첫 손 꼽을 수 있다.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선수들이 대거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올시즌 양준혁의 은퇴는 그 절정에 서 있었다. 또 그가 선수 시절, 삼성과는 연이 없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이 삼성의 체질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삼성은 부실한 팜의 현실 속에서도 매우 많은 유망주를 길러내고 또 1군에서 활용한 팀이다. 좋은 감독의 한가지 조건만은 확실히 채운 셈이다. 하지만 계약 기간을 4년이나 남겨놓고 유니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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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이다. 아마도 역대 롯데 감독 중 가장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감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수비와 강공 일변도의 전략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롯데가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서 탈락하자 안티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로이스터 감독이 팬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 감독이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을 갖기 어렵다. 그의 철학인 두려움 없는 야구는 눈이 즐겁고 가슴은 후련한 야구였다.
그의 야구가 부산의 팬심을 자극하며 사직을 진정한 야구의 성지로 만들었다는 공로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롯데 구단에선 누구도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또 현실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선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감독의 자리를 보전해주진 못한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감독은 언제든 해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한국 프로야구다.
*덧붙이기 : ‘결국 감독들은 성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위해 쓴 글은 아니다. 그보다는 감독들이 짤리지 않으려고 구단 눈치나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적 외엔 자신의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그건 욕심내고 선수 끌어쓴다고 될 일은 아니다.
산전 수전 다 겪은 노장 감독들은 우승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한다. “우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전력을 갖고 있어도 단기전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감독은 어차피 파리 목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소신이다. 하고 싶은대로 야구해 보지 못한 채 짤리는 것 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다.
선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은 이제 전임 감독이 됐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들은 신임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적어도 소신을 굽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