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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20년 전 있었던 `PD수첩` 불방의 유령이 되살아나 공영방송을 집어삼키는 암흑의 밤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 본부(이하 MBC 노조)가 17일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사측에 의해 불방된 것과 관련, 비상대책위 특보를 내고 이 같이 비난 수위를 높였다.
MBC 노조는 18일 `4대강 물줄기에 드러난 김재철 사장의 맨 얼굴-`PD수첩` 20년 만에 사장 지시로 불방`이라는 특보를 통해 “MB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4대강`이 결국 김재철 사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사장 선임 직후 `정권과 방문진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던 김사장의 호언장담은 `PD수첩` 불방으로 공허한 말장난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특보에서 전날 `PD수첩`이 불방되기까지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특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경영진과 `PD수첩` 제작진 사이에 사전시사를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PD수첩` 팀은 방송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지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구상을 만들기 위한 TF팀이 조직됐으며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해 국토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는 내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김재철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전례 없는 `사전시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진과 담당 부장은 `사전시사`가 `사전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방송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들어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또 제작진은 방송내용과 관련해 이미 법률적 자문을 거쳤고 담당부장과 국장이 자체시사를 통해 문제없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담당국장은 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며 `나에게 맡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는 사장과 경영진이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 권환과 책임을 관련 국장이 갖는다`는 단협 상의 국장책임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게 MBC 노조 측 설명이다.
이날 오후 법원이 국토부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심의평가부가 대본심의 과정에서 지적한 몇 가지 의견을 제작진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법원의 결정과 내부심의 결과도 무시한 채 오후 6시30분을 테이프 제출시한으로 못박았고 이후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방송제작가이드 라인에 따른 사규 위반`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유를 들이대며 방송보류를 결정해 결국 불방사태를 초래했다고 MBC 노조는 주장했다.
MBC 노조는 “그동안 `PD수첩` 폐지와 진상규명위 설치 등 민감한 쟁점을 뒤로 미루면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던 김재철 사장이 정권의 핵심적 이해가 얽힌 `4대강` 앞에서 방패막이를 자청하며 참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외부의 분석”이라며 “전례 없는 사전시사 요구는 결국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명백한 사전검열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PD수첩` 불방은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밝혔다.
`PD수첩` 불방은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를 다룬 `PD수첩` 첫 해 이후 20년 만이다.
한편 MBC 노조 비대위는 `PD수첩` 불방에 대해 1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빠른 시일 안에 이를 방송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농성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사장실 앞에서 벌였다.
또 이날 밤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PD수첩` 불방소식이 알려지자 시민 300여명이 `PD수첩` 방송과 김재철 사장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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