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경기가 안 풀리면 선수들은 장비를 탓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 배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패한 뒤 “공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해 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처럼 공이 어디로, 얼마나 튈지 모른다면 스트라이커라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마련이다. 구기종목에서 공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장비다.
‘스타’ 공으로 유명한 한국 토종 브랜드 신신상사가 전 세계 배구계를 장악한 일본 미카사 스포츠의 ‘미카사’에 도전장을 냈다.
미카사는 국제대회 사용률이 100%에 육박하는 공인구. 신신상사도 ‘스타-챔피언’이라는 국제 공인구를 생산하지만 미카사의 공 1개 값은 챔피언(6만원)의 2.5배인 15만원에 이른다. 가격이 비싼 데다 무료제공하는 연습공도 없어 국내에서는 미카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선수들은 미카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미카사 표면에 미세하게 파인 딤플(Dimple) 때문이었다. 이 딤플은 공기와의 마찰면적을 확대해 더 많은 회전이 걸리게 한다. 미카사 공으로 한 서브는 흔들림이 심해 수비수들이 방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탄력을 높이기 위해 고무튜브를 실로 감은 뒤 외피로 감싸 공격형 배구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에 치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국에는 치명적이었다. ‘리시브의 달인’이라는 국가대표 석진욱(삼성화재)조차 “미카사로 서브한 공을 받아 세터에게 제대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신신상사가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걸고 ‘챔피언’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공은 ‘스타-그랜드 챔피언’(사진). 튜브에 나일론 초극세사를 감아 탄력을 강화했고, 외피는 기존 18개 조각에서 좌우대칭 10개로 바꿨다. 미카사에 비해 뒤지지 않는 탄력과 회전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신상사 조주형 본부장은 “스타-그랜드챔피언은 한국 배구의 경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배구장비의 혁명이 될 것”이라며 “출시 전 선수들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은 29일 ‘그랜드챔피언’을 2010~2011 V리그부터 공식 사용구로 사용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