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지코(ZICO, 본명 우지호)가 2019년 11월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싱킹’(THINKING)입니다. 지코가 앨범을 내면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받은 CD입니다.
‘싱킹’은 2011년 그룹 블락비 멤버로 데뷔한 지코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선보인 정규작입니다. 앨범에는 총 10곡을 수록했는데요. 지코는 ‘천둥벌거숭이’, ‘걘 아니야’, ‘사람’, ‘극’, ‘원맨쇼’(One-man show) 등 5곡을 파트1에 담아 그해 9월에 먼저 들려줬고요. 두 달 뒤인 11월에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남겨짐에 대해’, ‘디스토피아’(Dystopia), ‘벌룬’(Balloon), ‘꽃말’ 등 또 다른 5곡을 담은 파트2를 추가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싱킹’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10곡을 모두 담은 피지컬 음반은 파트2 음원을 내면서 발매했죠.
지코는 ‘싱킹’을 내기 전 ‘아티스트’(Artist), ‘너는 나 나는 너’, ‘유레카’, ‘보이즈 앤드 걸즈’(Boys and Girls) 등 트렌디하고 강렬한 곡들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싱킹’에는 기존보다 한결 더 묵직한 느낌이 나는 곡들을 다수 수록했습니다. 음반에 담은 콘셉트 사진들도 웃음기를 쫙 빼고 진중한 모습으로만 찍었고요. 인터뷰 당시 지코는 “사실 제 안에는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외로움, 쓸쓸함, 허무함, 무기력함, 권태 등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애써 감춰왔던 것들인데, 묵묵히 쌓아놓고만 있다 보면 언젠가는 터져버릴 것 같아서 작품으로 꺼내봤다”고 밝혔죠.
그렇게 완성한 앨범의 제목인 ‘싱킹’에는 “크고 작은 생각들을 꺼낸 앨범”이라는 의미가 녹아있습니다. 수록곡 중에서는 ‘사람’과 ‘벌룬’을 지코가 애써 감춰왔던 것들을 꺼내 음악으로 풀어낸 곡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우선 파트1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이기도 했던 ‘사람’은 ‘오늘 하루가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한다면 망설임 없이 돌아갈 곳이 있나요?’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곡입니다. 지코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겪는 성장통, 그리고 삶에 대한 권태와 외로움을 맞닥뜨린 인간 우지호의 이야기를 솔직한 랩 가사로 풀어냈습니다.
‘벌룬’은 파트2를 통해 선보인 곡입니다. 높게 올라서기 위해 스스로를 과장해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를 풍선에 빗댄 노랫말이 돋보입니다. 나일론 기타와 노이즈 이펙트가 결합된 로파이 사운드에 지코의 담백한 목소리가 더해져 깊은 울림을 주는 ‘벌룬’은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임에도 뮤직비디오가 존재하는데요. 곡의 내용에 맞춰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곡의 먹먹한 분위기를 배가해줍니다.
앨범에는 ‘천둥벌거숭이’, ‘어나더 레벨’ 등 지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강렬하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 곡들도 많습니다. ‘여사친’의 연애사에 간섭하는 ‘남사친’의 소극적인 고백을 위트 있는 가사로 풀어낸 지코 표 감성 트랙 ‘걘 아니야’ 같은 곡도 있고요. 지코는 “그동안 보통 들뜨거나 신나고 싶을 때 제 음악을 찾아주셨을 텐데, ‘싱킹’은 지치거나 외롭거나 사랑을 하고 싶거나 혹은 그 밖의 감정들에 대해 더 많은 감정을 느끼시고 싶을 때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싱킹’은 지코가 2018년 11월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앨범이기도 했습니다. 지코는 앨범 첫 트랙 ‘천둥벌거숭이’ 랩 가사에 ‘그래서 어떻게 됐긴 어디도 안 가고 내가 차린 회사랑 도장 찍었지’라는 가사를 담기도 했죠. KOZ엔터테인먼트는 지금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었는데요. 지코는 KOZ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해 5월 론칭한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 프로듀서로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제니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신곡 ‘스팟!’(SPOT!)을 내면서 가수로서의 1년 9개월 공백을 깼죠. 같은 날 KBS 2TV ‘더 시즌즈 지코의 아티스트’ MC로도 첫발을 뗐습니다. 올해는 다방면에서 ‘아티스트 지코’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품었다고 하니 기대가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