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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영에게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이 가져다 준 의미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이하 ‘너닮사’) 종영을 기념한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 및 자신이 맡은 배역 서우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함께 선배 배우 고현정, 신현빈과의 연기 호흡, 작품을 마친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재영은 “작품뿐 아니라 연기자로서 저에 대한 좋은 평가를 많이 들은 만큼 굉장히 성장할 수 있게 한 드라마였다”며 “감독님을 비롯해 고현정 선배님, 신현빈 누나 등 배우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다”고 종영소감을 전했다.
지난 2일 16부작으로 막을 내린 ‘너닮사’는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갈등과 번뇌를 그린 드라마다. 김재영은 극 중 치명적 매력으로 주연인 고현정(정희주 역)과 신현빈(구해원 역) 사이 치정 갈등을 일으키는 남자주인공 서우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우재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조각가로, 구해원과의 결혼을 앞두고 그의 친한 언니이자 유부녀인 정희주에게 운명적 끌림을 느껴 금지된 사랑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희주와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올인하지만,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이를 다시 되찾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집착과 광기에 휩싸인다. 김재영은 이번 역할을 위해 처음 장발을 시도하는 등 외적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서우재의 무모함과 외로움, 기억을 잃은 혼란스러움, 기억을 되찾은 뒤 찾아온 분노와 집착 등 극단을 오가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득력있게 그려내 배우로서 깊어진 감성을 보여줬다는 호평도 잇따랐다.
김재영은 “TV 시청률이 높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신 OTT로 작품을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 좋은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 힘을 얻어간 게 많다”고 드라마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두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남자주인공인 만큼 세세한 공을 들였다고도 회상했다. 그는 “사실 드라마를 들어가기 전 고현정 선배님과 신현빈 누나 등 연기력이 출중하신 배우분들 사이에서 해가 될까봐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으며 “특히 저와 감독님 모두 우재의 첫 등장 장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두 여자의 갈등을 일으킬 정도로 멋있게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본방 사수로 첫 장면을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서우재 스타일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재영은 “감독님이 먼저 긴 머리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주셨다”며 “살면서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셔서 서서히 익숙해졌다. 막상 길러보니 지금 스타일이 재미있어서 현재까지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예전에 제가 했던 캐릭터나 연기와 완전히 다른 결을 원하셨다. 이 모든 건 감독님이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신 덕”이라고 공을 돌리며 “기존에는 모델 출신 배경에 들어오던 역할들의 특성상 정장이나 핏이 딱 떨어지는 의상들을 많이 입었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빈티지하고 루즈한 스타일을 많이 시도했다”고도 덧붙였다.
자칫 나쁜 남자로만 비춰질 수 있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감정 전달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강조했다.
김재영은 “사랑이라는 유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길만 달리는 인물이란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며 “감독님이 우재가 남자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해주셔서 그에 맞는 정제된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려고도 애썼다. 다만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셨을 때 어색하고 로봇 같을까봐 걱정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우재가 기억을 되찾고 흑화해 집착과 광기에 휩싸였을 때보다 기억을 잃었을 당시를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기억을 잃었을 때 사람이 어디까지 혼란스러울지 가늠이 어려웠다. 혼자 상상도 해보고 관련한 여러 작품도 찾아봤다. 우재가 기억을 찾고 흑화한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마음 가는 대로 이기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면 되니 연기할 땐 더 편했다”고 회고했다.
서우재가 죽음을 맞이한 엔딩에 대해선 “죽을지도 몰랐고, 누구에게 죽을지는 더더욱 몰랐다. 다만 쓰레기란 이야기를 많이 듣던 캐릭터였는데 그나마 죽음으로써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극한 점이 큰 것 같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였던 결말”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 자신의 성격은 서우재와 정반대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타입이라고도 털어놨다. 김재영은 “사실 제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이 있는데, 그러려면 여러 상황적, 재정적 조건들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그런 면에서 우재의 감성적이고 맹목적인 면모가 실제 저로선 이해가 안 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부모님, 가족에게 사랑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던 우재의 결핍에 주목했다”며 “사랑하지 않는 해원과 약혼을 하면서 희주에게 끌림을 느끼는 심리도 그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부연했다.
연애 스타일도 서우재와 정반대라고. 김재영은 “연애 자체를 해도 될 상황인지 고민하는 타입이다 보니 먼저 고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그런 면에서 불도저 같은 우재의 대시 방법이나 대사가 오글거리기도 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덜 느끼해 보일지도 연구했다”고 떠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서우재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시청자 댓글이었다고도 전했다.
“지난 1년간 내 자신이 한없이 나태하고 작아보여 배우란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찾아온 이 드라마에 고마움이 많아요. 배우로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임을 일깨운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