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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조선구마사'…反中 보이콧이 거세지는 이유 [스타in 포커스]

김보영 기자I 2021.03.25 06:00:00

'빈센조'→'조선구마사' 시청률↓→광고 손절까지
기업들 "광고 철회, 보이콧 항의 민원 빗발쳐" 토로
중국 新동북공정 높아지는 우려→책임감 필요 지적
일부 장면에 비약 위험성도…표현 위축 우려 목소리도

(왼쪽부터)SBS ‘조선구마사’, tvN ‘빈센조’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해 말 PPL(제품 배치 간접 광고) 논란을 시작으로 드라마 시장에 불어닥친 대중의 반중(反中) 정서가 역사 왜곡, 중국풍 논란으로까지 확대되자 일부 작품들을 중심으로 제작지원 철회, 시청 보이콧 등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복 및 김치 등 우리 전통 문화를 겨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를 향한 반발이 커지자 드라마 극 중에 등장하는 중국 제품 PPL 및 중국풍 소품, 문화 묘사를 향한 반감도 거세진 것이다.

최근에는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와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가 역사 왜곡 및 PPL 논란의 정점에 오르며 심판대 위에 섰다. 특히 지난 22일 방영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만에 중국풍 논란에 작가의 역사 왜곡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제작 지원에 참여한 지자체와 기업들까지 ‘선 긋기’에 나서는 등 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모양새다.

중국풍 논란으로 뭇매를 맞게된 SBS ‘조선구마사’ 속 한 장면. (사진=SBS ‘조선구마사’)
◇‘조선구마사’ 중국풍·왜곡 논란…시청률 하락·광고 손절까지

지난 22일 첫방송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1회 방송 만에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 여파로 지난 23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2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6.9%를 기록, 전날 방송된 1회 시청률(8.9%)보다 하루 만에 2%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지자체와 기업들도 일제히 제작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며 빠른 ‘손절’에 돌입했다. 이는 앞서 최근 중국산 비빔밥 PPL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빈센조’가 겪은 후폭풍보다도 치명적인 상황이다.

‘조선구마사’의 장소 사용을 승인했던 나주시는 24일 “‘조선구마사’와 관련 대행사 측에 장소 사용 취소를 통보했고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의 삭제를 요청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광고계도 심각성을 인지한 뒤 빠른 대응에 나섰다. 윤성원 반올림피자샵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논란중인 드라마와 관련하여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우선 저희는 해당 드라마에 제작지원을 하지 않으며, 단순 광고편성이 해당 시간대에 된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현재는 해당 드라마 시간대에 광고가 편성되지 않도록 조치해놓은 상황이다. 앞으로 광고편성에 있어서도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LG생활건강, 코지마, 호관원, 금성침대 등 기업들도 광고 철회를 선언했고, 이외 다른 제작지원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지원 취소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선구마사’의 제작지원에 참여한 A기업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조선구마사’의 광고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A기업도 함께 불매하겠다 등 항의, 민원성 문의들이 빗발쳤다”며 “이전 다른 드라마들이 겪었던 반중 정서 때와는 확실히 다르고 거세서 많은 기업들이 긴장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방송 당시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기생집에서 외국인 구마 사제인 요한 신부(달시 파켓 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중국식 월병과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등장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중국풍’ 논란이 일었다.

이후 태종(감우성 분)이 이성계의 환영을 본 뒤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역관에 무시를 당하는 장면 등이 조선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역사왜곡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이에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다만 예민한 시기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고 향후 방송 제작에도 유의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사과에도 뿔난 여론…서경덕 교수 “빌미 제공한 셈”

그럼에도 성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동북공정 논란을 제기하며 방송을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선구마사’의 전작인 tvN 드라마 ‘철인왕후’로 이미 올초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박계옥 작가를 향한 비난도 거센 불매운동에 한몫했다. 박계옥 작가는 ‘철인왕후’ 당시 일부 대사가 조선왕조실록과 실존 인물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뭇매를 맞았고, 극 중 인물의 가문을 풍양조씨에서 풍안조씨로 임의 변경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꼬집으며 “제작진도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욱 조심했어야 한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돼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조선구마사’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특히 큰 것은 허구에 기반했지만, 실제 시대적 배경과 소스를 일부 활용한 ‘픽션 사극’이라는 점, 최근 중국의 전통 문화 가로채기 시도가 노골화된 시점과 맞물린 게 컸다는 반응이다.

시청자 황선희(33)씨는 “앞서 tvN ‘여신강림’과 ‘빈센조’ 등이 민감한 시기에 중국 제품 PPL을 버젓이 보여준 것부터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일부 차용하는 ‘사극’이라면 보다 이런 정서에 민감하고 주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사진=tvN ‘빈센조’)
◇PPL부터 불거진 反中…일각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실제로 드라마 시장이 반중 정서에 부딪힌 것은 ‘조선구마사’가 처음이 아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방영을 시작해 지난 2월 막을 내린 tvN ‘여신강림’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중국 제품 광고, 극 중 인물들이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 등 중국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노출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역시 주인공들이 중국식 인스턴트 비빔밥 제품을 먹는 장면을 PPL로 내보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김치와 한복을 자신의 문화라 주장하는 중국에 한국의 또 다른 전통 음식인 비빔밥까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할 명분과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제각각 우려섞인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B제작사 대표는 “PPL의 경우는 사실 콘텐츠의 해외 시장 수출을 위해서도 그렇고 불어나는 제작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 입장에서 퍽 난감하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다만 동북공정 논란 등 민감한 시기,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민감한 논란을 일으킬 듯한 제품들은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는 신중함도 보여야했다는 인식에는 내부에서도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김헌식 평론가는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일부 장면만으로 작품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약의 위험성이 있고, 고유한 창작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들이 지속될 경우, 사극 등 특정 장르의 제작 열기가 위축될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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