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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스페인 하숙’과 ‘미쓰 코리아’. 전자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스타들이 직접 하숙집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후자는 한국을 그리워 하는 외국인을 스타들이 찾아가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는 대신 하룻밤을 신세를 지는 포맷이다. 기획 의도나 출연진은 다르다지만 보여지는 화면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이국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인물,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 장면의 조합을 내세운 관찰 예능이다. 출연진이 줄지어 서서 손님을 초대하는 프로그램 포스터 역시 거의 흡사하다. 2017년 첫 선을 보여 큰 성공을 거둔 tvN ‘윤식당’ 시리즈가 떠오른다. tvN 등 CJ ENM 계열 예능 프로그램의 자기 복제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블채널은 지상파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성이 가능하다. CJ ENM은 파일럿과 시즌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양산했다. 문제는 ‘우려 먹기’다. ‘윤식당’은 수많은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하나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무한 변주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후 제작된 tvN ‘현지에서 먹힐까’, 올리브 ‘국경 없는 포차’ 등은 ‘윤식당’과 차별화에선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타들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커피프렌즈’도 기시감이 있다. 과거와 비교해 tvN 예능 프로그램의 수는 늘었지만 비슷한 포맷이 범람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쿡방 ‘계보’나 여행 예능 계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집밥 백종원’은 ‘백종원의 스트리트파이터’로, 오는 6월 첫 방송하는 ‘고교급식왕’으로 이어진다. ‘꽃보다’ 시리즈는 ‘짠내투어’ 등을 떠올리게 한다. 글로벌과 음식은 CJ ENM이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음식을 통해 계열사의 각종 간접광고(PPL)도 소화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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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될 경우 다양성의 측면에서 CJ ENM이 만드는 전반적인 예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중문화 평론가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가 “tvN의 강점은 지상파와 또 다른 과감함인데 몸집이 커지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넷플릭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포맷의 반복이 아닌 용감한 투자나 실험적인 콘텐츠도 때론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