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차트 월 회비 변경 추진…가맹 음반매장 '불만'

김은구 기자I 2018.05.31 08:13:41
한터차트 홈페이스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한터차트가 가맹점인 음반매장들에 월 회비 징수체계 변경을 포함한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해 일각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터차트는 최근 음반 매장들에 ‘한터 패밀리 계약서’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한터차트 측은 30일 “새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판매점의 데이터가 정확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것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음반 등의 유통질서 확립 및 지원)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내용을 고도화시키려는 예정에 있다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음반매장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판매된 음반(클래식, OST, 해외 팝 제외) 1장당 50원, 수출물량은 증명서 기준 1장당 10원씩을 월 회비로 받겠다는 내용이다. 한터차트 측은 10년여를 월 회비 동결을 해온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터차트 측은 그러나 “사업을 잘하는 분들과 오랫동안 산업에 기여한 분들 등 형평성을 고려했다”며 “신규 계약도 매장들 각각이 협의가 가능한 상황이며 계약서 형태는 예시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도 영세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매장을 운영해 오신 분들에 대해서는 월 회비를 면제해오는 등 매장마다 차등이 있었다”며 “지금도 월 회비가 면제되는 매장들부터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서 아직 공문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진행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터차트는 지난 2010년부터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 매장들에 가입비 500만원과 월 회비 10만원씩을 받아왔다. 한터차트 측은 “1993년부터 집계를 시작했으나 1990년대 후반 IMF와 불법음원 유통 등으로 인해 3200여곳에 이르던 음반매장들이 200곳 정도로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그로 인해 한참 음반매장들에 무료로 집계를 진행했다”며 “2010년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음반판매량도 늘어나면서 새로 문을 연 매장들에서 가맹 요구가 있었다. 서버 증설과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규 가맹점들에 가입비와 월 회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 팬덤도 가맹점서 구매…음반매장 “끌려갈 수밖에”

신규 계약에서 월 회비가 10만원이 되려면 국내 판매량만 한 매장에서 2000장이 돼야 한다. 불만을 토로하는 매장들에서는 “한달 앨범 2000장이 많은 물량이 아니다”라며 “결국은 월 회비를 올리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대형 음반 유통매장 측에서도 고심하고 있다. 대형 매장 A사 측은 “매장들이 판매 정보도 주고 돈(월 회비)도 더 내야 한다면 불합리한 거 아니냐”며 “그런 조건에도 한터차트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규모 매장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다. 음반 소매점 B사 대표는 “판매 물량이 적어 그 동안 월 회비를 내지 않아왔는데 조절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번 계약서 내용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분위기를 보고 있는데 어쨌든 매장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음반매장들은 카카오M, 지니뮤직, 엠넷, 아이리버 등 유통사와 협의해 유치하는 가수 사인회를 통해 대량 판매를 한다. 인기 가수의 사인회 초청권을 앨범에 동봉해 ‘복불복’ 형태로 판매한다. 초청 인원 200명인 사회 참석을 위해 하나의 앨범을 5장 이상 사가는 팬들도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라면 한번 행사에 최대 몇천장의 앨범 판매가 가능하다. 사인회를 통한 매출이 많게는 70~80%에 이른다. 소형 판매점이라도 사인회 여부에 따라 월 판매량이 1만장에 육박하기도 한다. 월 회비가 앨범 1장당 50원씩 책정된다면 1만장 판매의 경우 50만원을 한터차트에 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팬들이 한터차트 가맹점에서만 이 같은 구매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앨범을 구매해준 가수의 차트 순위 상승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한터차트가 KBS2 ‘뮤직뱅크’의 순위 집계에도 포함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음반 소매점 C사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앨범 구매를 하면서 ‘차트에 언제 반영된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걸 듣곤 한다”며 “결국 한터차트와 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 매장에서는 앨범 판매가 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앨범 1장 당 마진율은 20~30%인데 임대료와 직원 급여, 공과금 등을 감안하면 한달 운영비가 빠듯한 상황”이라며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유통사 측에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