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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 멜론에서 15일 발표된 일간차트 톱10에서 7곡이 힙합 장르였다. MC몽 ‘사랑 범벅’과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소개된 ‘시작이 좋아 2015’, ‘슈퍼스타’, ‘마이 타입’, 빈지노 ‘어쩌라고’, 자이언티와 크러시의 ‘그냥’, 포미닛 ‘미쳐’가 이름을 올렸다. 정지훈 멜론 뮤직서비스팀 PL(프로젝트 리더)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힙합 곡들이 꾸준히 이슈가 됐고, 실력있는 아이돌 출신 래퍼의 등장과 실력파 보컬과 랩피처링의 협업 등이 힙합 장르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지훈 PL의 말처럼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가인의 ‘애플’은 힙합 가수 박재범의 랩 피처링 지원을 받았다. 힙합 곡들이 그 만큼 인기를 끌고 있고 기존 가수들이 힙합 가수들과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일도 이제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힙합은 단조로우면서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의 삶을 이야기 하듯 풀어내는 랩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의 한 장르다. 국내에 많은 힙합 가수들이 있지만 오랜 기간 힙합은 인디 신에 적합한 장르, 마니아적 장르로 평가돼 왔다. 욕설을 포함한 거칠고 직설적인 가사 등으로 인해서다. 음악의 주요 소비계층인 요즘의 젊은 층에게는 힙합의 그런 특징이 오히려 ‘속 시원한’ 매력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포미닛의 ‘미쳐’에 한 팬이 남긴 “우연히 들었는데 정말 신난다”, ‘마이 타입’에 대한 “신나고 경쾌하다” 등의 평가가 이를 입증한다.
힙합이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면서 아이돌 그룹들 중에도 힙합을 주요 장르로 내세우는 그룹들이 늘어가고 있다. 빅뱅, 위너를 비롯해 블락비, 방탄소년단, 탑독 등 남자그룹들은 물론이고 투애니원, 포미닛에 이어 신예 소나무, 러버소울 등 걸그룹도 힙합을 들고 나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 기획사 소속 몇몇을 제외하면 힙합 걸그룹들은 데뷔 직후부터 살아남는 게 관건이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K팝을 세계 각지에 알린 주역으로 꼽히는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 장르가 그동안 중심이었던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에서 힙합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장르적 다양성을 갖춰가는 중이다.
힙합을 그룹의 주요 음악적 색깔로 삼더라도 아이돌 그룹들은 각기 다른 장르에 특장점이 있는 멤버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 블락비 지코,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투애니원 씨엘, 포미닛 현아 등 랩, 힙합을 대표하는 멤버들은 솔로 활동으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솔로곡으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개인적으로도 상당수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힙합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언프리티 랩스타’와 ‘쇼미더머니’ 등 래퍼 서바이벌이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힙합은 TV 콘텐츠로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KBS2 ‘개그콘스트’에서 힙합을 소재로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쇼미더뭐니’가 인기를 끌었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으로 화제가 됐던 힙합듀오 언터쳐블 멤버 슬리피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친화도를 높인 힙합 가수들도 많다. 힙합 가수들이 그 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끼’를 발산할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힙합의 대중화는 힙합을 대표적 음악 장르로 내세우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기획사들, 가수들의 노력에 요즘 젊은 층들의 상황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물가 등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게 속 시원한 가사를 담은 힙합은 하나의 탈출구가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