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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광고 같은 영화 두 편이 닮은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같은 날 개봉한 ‘연가시’(감독 박정우)와 ‘미드나잇 인 파리’(감독 우디 앨런)가 그 작품.
‘연가시’는 개봉 3일 만에 100만, 8일 만에 200만,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속도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16일까지 2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세다.
영화의 흥행으로 함박웃음을 지은 건 제작사, 수입사뿐만이 아니다. 국내 한 제약회사와 프랑스 파리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소재, 배경으로 쓰인 덕분이다.
영화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뇌를 조종해 스스로 물에 빠지게 하는 살인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했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과 그로 인한 혼란이 몇 해 전 신종 플루가 창궐했을 당시와 흡사하다. 타미플루 같은 약이 조아제약의 윈다졸이다. 회사명과 약 이름까지 영화에 그대로 쓰였다. 윈다졸을 판매하는 약국으로는 조아제약의 자회사인 메디팜 체인 약국이 등장한다. 조아제약 윈다졸 CF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조아제약은 영화 ‘연가시’에 5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제작설비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우 감독의 바람처럼 영화의 흥행이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이름은 확실히 알렸다는 평가다.
‘연가시’가 구충제 하면 윈다졸을 떠올리게 했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로의 여행을 부추긴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나도 비 맞으며 파리를 걷고 싶다’(likeje), ‘다음 달 파리로 갑니다. 자정이 되면 몽마르트르에서 푸조를 기다릴 듯’(pureclara), ‘시적인 대사들과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들에 반하게 되는 영화’(hoyasjin) 등의 감상평을 인터넷에 남기고 있다.
미국의 거장 우디 앨런 감독은 영화 속 자신의 분신이자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 길을 통해 관객을 1920년대 프랑스 파리로 안내한다. 카메라는 작정한 듯 파리 시내 곳곳을 비춘다.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베르사유, 에펠탑, 나폴레옹 광장, 센 강의 다리들. 엽서에서 보아왔던 파리의 풍광이 차례로 스쳐 지난다.
여기에 주인공 길의 시간여행을 통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을 등장시켜 여행의 환상을 극대화했다.
주인공 길은 화가 모네의 주요 활동 장소였던 ‘지베르니 정원’에서 약혼녀 이네즈와 짜릿한 키스를 나누고 생전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 문호들이 즐겨 찾았던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최근 열린 ‘미드나잇 인 파리’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번듯한 할리우드 영화들도 도둑 촬영을 하는데 파리의 모든 곳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이 영화에 파리 관광청이 얼마나 지원을 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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