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지금까지 보던 입체영화는 일종의 '트릭'입니다. 2D(평면 영상)를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한 후반작업(post-production)으로 3D(입체 영상)인 것처럼 바꿔놓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내년 3월 선보일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일리언'은 도안단계부터 3D로 제작된 진짜 입체 영화입니다. 이걸 시작으로 앞으로 드림웍스의 모든 작품이 3D로 제작됩니다. 진정한 3D 영화 세계가 열리는 것이죠."
드림웍스 CEO(최고 경영자) 제프리 카젠버그(Katzenberg·58)는 커다랗고 힘있는 목소리로 기자들 앞에 나섰다. 5일 드림웍스 본사인 미국 LA 근교 글렌데일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의 눈은 영화계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영화계엔 그동안 두 번의 혁명이 있었습니다. 1920년대 토키(talkie·유성)영화 시대에 이어 30년대 컬러영화라는 변혁. 그리고 바로 지금, 3D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린 70년이나 기다렸습니다." 그는 이날 '몬스터 vs 에일리언'의 영상을 일부 공개했는데, 입체 영화가 주는 어지럼증이 대폭 줄어든 대신 사물은 훨씬 정교하고 실감나게 표현됐다.
그는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6시면 일을 시작하는 소문난 '일 중독자'. 이날도 그는 영국, 러시아, 멕시코 등 세계 각지의 기자들을 모두 오전 6시 출발 버스에 탑승하게 했다. 제작현장관람,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
1974년 뉴욕대를 중퇴한 그는 파라마운트사 우편발송부의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84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사장으로 임명된 전설적 인물이다. '라이온 킹', '타잔', '뮬란'이 그가 지휘한 작품. 언제나 '승자'였던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이 약속했던 승진은 무산됐고, 94년엔 쫓겨났다. 이후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손을 잡고 드림웍스 SKG를 설립, 멋지게 '복수'했다. 디즈니의 작품 세계를 비웃듯 그는 괴물 왕자 '슈렉' 시리즈로 흥행 광풍을 일으키며 업계의 판도를 단번에 뒤집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3D로 또 한번 업계를 흔들어 놓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결심을 굳힌 건 3년 전 어느 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제작한 '폴라 익스프레스'의 아이맥스(IMAX) 3D 버전을 본 뒤.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회사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이 영화를 지금 당장 보라'고 소리쳤죠. 하필 그날이 일요일 아침이라 다들 잠에 취한 목소리긴 했지만요."
그날부터 3D 작업은 시작됐다. 기계 교체 등에 든 비용은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비의 10분의 1 정도인 1500만 달러. 이번 작품 '몬스터 vs 에일리언'이 1억6500만 달러에 완성된 건 '납득 가능한' 금액이라고 했다.
"그동안 벌 만큼 벌었다"며 자신에게 분배된 드림웍스 주식 지분 10%를 제외하고, 14년 전부터 연봉 1달러만 받고 있다는 카젠버그. 그는 돈보다는 관객들의 감탄과 흥미가 삶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게 제 목표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일반 영화 역시 곧 3D로 제작될 겁니다. 이제 영상 혁명을 함께 느껴봐야죠." 전 세계적인 불법 복제로 연일 수익이 하락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구원투수로 나선 카젠버그. 그는 그 무기가 복제불가능한 '3D'라고 강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