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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릴레이 제안]'아마야구를 살리자2'-이종운 경남고 감독

정철우 기자I 2008.01.02 10:22:47
사진=대한야구협회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이종운 경남고등학교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로 활약하며 1992년 팀의 두번째 우승을 이끈 주역입니다. 은퇴 후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 연수를 마친 뒤 롯데 자이언츠에서 코치로 활동했으며 지난 2003년부터 경남고 감독을 맡았습니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신분 보장과 처우에서 부담이 덜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야구를 비롯한 학교체육 지도자들의 현실이 그것이다.

학교 체육 지도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도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기본적인 보험에는 물론 어느 조직에도 정식으로 속해있지 못한 초라한 처지가 대부분이다.

전국 고교야구 팀 지도자 중 80% 정도는 학부모들의 회비로 월급을 받고 있다. 경남고처럼 동문회비에서 지급되는 학교는 드문 형편이다.

부담은 그 몇배에 달한다. 기본적인 스카우트부터 아이들의 진학 문제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하나부터 열가지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뇌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만나 차 한잔 마시더라도 모두 돈이 들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학부모의 지갑에 의존하는 구조이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돈의 유혹에 약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제자들에게 전적으로 손을 벌려야 하다보니 당연히 잡음이 생긴다. 선수 기용이나 진학 등에서 끊임없이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임금이 모두 학부모의 손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도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도 빠듯한 지도자가 대부분이다. 특히 코치들은 더하다. 한 후배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코치로 일했는데 연봉이 단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프로에 있을 땐 나도 아마야구 지도자들을 무슨 비리의 온상처럼 생각했었다. 썩을대로 썩은 조직이라며 비난한 적이 많다.

그러나 내가 몸 담고 보니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농반 진반으로 "수도권 학교 감독은 3년 벌어 10년 대비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심심찮게 터지는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비리 혐의도 결국 이런 악순환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다. 장비 구입만 해도 어려운 것이 야구인데 지도자들까지 떠안다보니 어지간해선 야구를 시키기가 힘든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육상,수영 등 기초 종목의 경우 교육부에서 순회 코치 제도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야구,축구 등은 인기 종목이란 이유로 지원에 대해선 전혀 계획이 없다고 들었다.

구조적인 변화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리가 많다고 욕만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끊이지 않고 생기는지 원인부터 파악하고 대비해야 학교 체육이 바로 살 수 있다.

끝으로 운동장 얘기를 하고 싶다. 부산도 최근 몇년간 초등학교 야구팀이 절반으로 줄었다. 의지가 없어서라기 보단 제대로 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 운동장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운동장 없는 학교'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팀을 어떻게 운영하겠나.

뛸 공간만 제대로 확보돼도 지금보다는 훨씬 형편이 나아질 것이다. 아마야구 지도자들은 "공터만 생기면 축구장이 된다"고 푸념하고 있다. 야구도 분명 수요가 있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인 야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 않나. 그러나 그들도 운동장이 없어 비싼 대여료를 내고 구하고 있는 처지다.

편견에서 벗어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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