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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이 12년 만에 6편으로 돌아온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모교’(이하 ‘여고괴담6’, 감독 이미영)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08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선 표독스러운 신애리 역을 거쳐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선 냉정한 카리스마를 지닌 과외교사 김주영 쓰앵님으로, 지난해 SBS ‘아무도 모른다’에선 겉은 차갑지만 심성은 따뜻한 경찰까지. 매 작품 다양하게 강렬한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걸크러시 신드롬’을 불어넣어온 김서형이 올 여름 ‘공포퀸’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이미 tvN 토일드라마 ‘마인(Mine)’을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효원가(家)의 맏며느리로 안방극장에서도 활약 중인 그는 스크린에선 또 다른 매력과 아픔을 지닌 ‘은희’ 캐릭터로 극장 관객들에게 서늘한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12년 만에 여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국 공포영화에 한 획을 그은 대표 작품이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여고괴담4 : 목소리’에선 조연을 맡았던 김서형은 15년 만에 ‘여고괴담6’ 주인공으로 돌아와 섬세한 감정선 변화를 통해 극한의 심리 스릴러를 선보였다.
김서형은 ‘여고괴담6’ 개봉 기념 취재진과 나눈 화상인터뷰를 통해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여전히 목마른 연기에 대한 열정, 배우로서 직업에 대한 고민 등을 솔직히 털어놨다.
지난 17일 개봉한 ‘여고괴담6’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 분)가 학교 내 문제아인 하영(김현수 분)을 만나 오랜 시간 감춰진 비밀공간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잃어버렸던 충격적 기억의 실체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서형이 연기한 은희는 씻지 못할 트라우마와 상처를 지닌 한편, 누구보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손을 잡아주려는 인물이다. 그간 ‘여고괴담’ 시리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학생들의 시선에서 ‘공포’랑 장르와 결부시켜 조명해왔다. 이번 6편은 이와 달리 선생님인 ‘은희’의 심리 변화와 시선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편들과 차별성을 띤다. 잃어버린 기억, 끊임없이 아른대는 환영에 시달리는 은희의 번민과 갈등에 중점을 둔 만큼 김서형의 섬세한 눈빛, 표정 연기 부담도 컸을 터.
김서형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의아했고, 여섯 번째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우선은 좋았다”며 “사실 제가 무서운 걸 못봐서 이전 시리즈들의 흐름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도 있었다. 매 시즌 다른 이야기들을 안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에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있어도 ‘모교’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여고괴담’ 시리즈에 두 번 이상 출연한 배우는 김서형이 처음이다. 김서형은 이에 대해 “두 번 출연한 배우가 제가 처음이라 들었는데 참 감사한 일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모교’와 ‘목소리’를 비교해달란 질문에는 “당시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때도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눈감고 있던 역할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라며 “너무 순식간에 제가 사라진 역할이었던 터라 이번 은희 역과 비교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당시에도 학생들과 교감하며 손을 잡아줬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극하늬 감정을 연기하며 지친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배우로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지만, 작품이 끝날 때, 심지어 촬영을 하면서도 매 순간 벅찰 때가 있다. 내 스스로 김서형이란 사람에게 없는 결의 역할도 만들어야 하니까”라며 “끝난 후의 후회보다는 하면서의 감정이 아무래도 견디기가 힘들 때가 많다. 이제는 그런 감정을 털어내는 방법들을 연기하며 차츰 스스로가 알아가는 듯해 다행”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여고괴담6’의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SKY캐슬’을 끝내고 바로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사실 SKY캐슬을 끝냈을 때 느낀 헛헛함이 컸다. 뭔가를 다 끄집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한 번에, 쉼 없이 극을 이끌고 가는 역할에 유독 매료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감없이 몸으로든 뭐든 다 표현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다음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제가 한 번은 다 주저 앉아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뭔가가 필요했다”고도 설명했다.
최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여고괴담’ 시리즈의 제작자인 이춘연 대표를 향한 그리움과 함께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이춘연 대표님이 안 계시지만 누구라도 이 시리즈가 10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대표님이 아쉽게 갑작스레 떠나셔서 아직도 잘 믿어지진 않는다. 역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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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따라붙는 ‘센캐 전문 배우’란 수식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서형은 “저는 오히려 10여년 전부터 그런 캐릭터를 맡으며 ‘세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주변 인물들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오히려 이 사람이 약했기 때문에 그렇게 세질 수밖에 없던 것이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엔 독보적인 캐릭터로서의 뭔가를 쌓은 것 같다. 제 나름의 감사한 수식어가 됐다. 만족한다기보단 노력하고 성실했던 결과로 감사히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무엇이든 해내고 표현해내야 하는 직업으로서 이를 보는 대중에게 뭐라도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는 있다”고도 토로했다.
또 “워낙 역할들이 세다는 소리를 많이 듣다보니 예능에서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다만 작품을 통해 제 다른 모습을 더 자세히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크다. 예능에서 제 우스운 모습을 작품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란 소망도 덧붙였다.
‘여고괴담6’가 연기자로서의 폭을 한층 더 키워준 고마운 작품이라고도 전했다.
“너무 속 시원히 내 몸 털 끝 하나까지 다 버리고 온 작품이에요. 제가 ‘여고괴담6’를 끝냈기에 ‘아무도 모른다’와 ‘마인’까지 할 수 있었죠. 덕분에 연기자 김서형의 폭이 매년 조금씩 달라지고 넓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은희를 만나 2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으니, 충분히 제게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