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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백성 향한 헌사”
지상파 3사는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각각 선보인다.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 ‘이몽’, ‘녹두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반기 방영 예정인 KBS2 ‘의군’(극본 허승민·연출 최지영)은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일대기를 담는다. 철부지 도련님 안응칠이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 장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중심이다. 안중근 기념사업회와 항일독립운동가 단체연합회(회장 함세웅)의 후원과 고증, 중국 현지 로케이션 등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총 3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다.
오는 5월 방송하는 MBC ‘이몽’(극본 조규원·연출 윤상호)은 상해 임시정부 첩보요원이 된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의열단 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이 주인공이다. 제작비 250억 원을 들여 몽골·상하이 등에서 촬영 중이다. 오는 4월에는 SBS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이 있다. 3.1운동에 영향을 미친 동학농민운동에서 출발한다.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한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 분)·백이현(윤시윤 분)의 이야기다. ‘녹두장군’ 전봉준 역은 최무성이 연기한다. KBS1 ‘정도전’(2014, KBS1), ‘어셈블리’(2015, KBS2) 등을 쓴 정현민 작가의 신작이란 점이 기대를 높인다. 정 작가는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전사들과 백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방영 중인 케이블채널 OCN 7부작 드라마 ‘트랩’에는 친일파의 후손들이 등장한다. 분량이나 비중은 적지만 악의 세력으로 설정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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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송한 tvN ‘미스터 션샤인’도 있다. 1900년부터 1905년까지 대한제국 시대 의병(義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작은 사대부 집안의 딸(김태리 분)과 미군이 된 조선 남자(이병헌 분)의 로맨스였다.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들와 맞물리며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마지막 회에는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이름조차 남지 않은, 1907년 경기 양평에서 활동한 의병대를 자료사진에 가깝게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한됐던 시절 자신들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외쳤던 신여성도 있다. ‘경성스캔들’(2007, KBS2)의 한지민, ‘시카고 타자기’(2017, tvN)의 임수정이 그들이다. 두 작품 모두 진수완 작가가 집필했다. 둘 다 1930년대가 주요 배경으로, 항일과 친일, 신문물과 전근대적인 관습이 충돌하는 낭만적인 시대였다. 극중 한지민과 임수정은 사랑도, 독립운동도 적극적인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수작으로 꼽히는 ‘여명의 눈동자’(1991, MBC)도 빼놓을 수 없다. 윤여옥(채시라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혼란기, 6.25전쟁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폭넓게 풀어간다. 윤여옥은 독립운동가의 딸. 위안부로 끌려가 혹독한 생활을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경성으로 돌아온다. 기생이 된 그는 일본 고위급 인사의 정보를 빼돌리는 정보원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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