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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의 톺아보기]아이템 도둑질?..영원한 피해자는 없다②

강민정 기자I 2015.02.07 08:05:03
‘꽃보다 누나’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다음은 ‘꽃보다 할배’(tvN)와 ‘마마도’(KBS)가 상도의 논란에 휘말렸을 당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나눈 출연진들의 대화다.

“‘마마도’가 ‘꽃보다 할배’ 방송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에 편성됐기 때문에 대중이 보기에 논란이 커진 게 아닐까요?”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나오니 상도의에 문제가 있지 않나요? KBS PD한테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직접 물어보기도 했어요.”

“‘마마도’는 외주제작사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된 기획안이었어요.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얻으면서 편성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거죠.”

“연출자라면 중견 여성 연기자들을 주축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겠다는 발상을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시니어 예능의 물꼬를 나영석 PD가 세련되게 틀었어요.”

이 대화 안에 예능 아이템을 둘러싼 ‘도둑질 논란’의 모든 것이 있다. 상도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기획은 먼저’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독창적인 콘텐츠로 주장하긴 어렵고, 차별화에 강점을 둘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럼에도 처음 시도한 1인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룸메이트’
단순 두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니다.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SBS ‘룸메이트’는 비슷한 시기 전파를 먼저 탄 케이브채널 올리브TV ‘셰어하우스’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육아 예능을 넘어 가족 예능에 대한 시장은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다.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프로그램 론칭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아빠 어디가’의 후속작으로 동물 예능을 내놓은 ‘일밤’의 ‘애니멀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물을 소재로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출연진을 포진시켰다. SBS ‘동물농장’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려 3코너로 나뉘어 프로그램의 매력을 세분화했지만 이는 오히려 ‘섬세한 베끼기’라는 오명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여론은 ‘삼시세끼’ 속 밍키, 산체 등 강아지들이 큰 인기를 얻은 상황과 ‘애니멀즈’의 론칭을 연관지어 받아들이고 있다.

‘삼시세끼-어촌편’의 산체와 ‘일밤’의 ‘애니멀즈’ 속 강아지들.
SBS ‘정글의 법칙’도 마찬가지. 한때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이 프로그램은 유사한 시간대 경쟁하게 된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를 의식한 듯 보인다. ‘정글의 법칙’은 여행지 특화로 초점을 맞췄던 콘셉트를 ‘with 프렌즈’로 바꿨다. 친구들과 함께 정글로 떠나 생존의 고군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아왔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단순한 여행과 다르다”는 차별화를 앞세웠지만 큰 그림에서의 구성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했다.

한때 육아 예능의 선두주자로 자존심을 세웠던 ‘일밤’이다. 금요일 예능프로그램의 강자로 군림했던 ‘정글의 법칙’이다. 이젠 전세가 역전됐다. 트렌드가 바뀌고, 새로운 강자에게 밀린다면 처지는 달라진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유사한 아이템 문제를 두고 피해자 혹은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비슷한 시기, 유사한 콘셉트의 예능이 쏟아지면 제작진이나 시청자의 피로감이 쌓이겠지만 그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모든 프로그램이 매번 기발하고 창의적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나친 자신감, 자만, 이런 마음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수록 서로 간 예의가 중요시돼야 하는 법인데 그런 부분까지 챙기며 일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면서 “비슷한 인상을 안기며 출발했지만 우리만의 색채와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데 집중해야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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