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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지만 적자 경영,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인해 이제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 골프장 건설을 목적으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첫 삽도 뜨지 못한 곳도 87개소나 된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음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김영란법’의 등장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투자가치 상실로 인한 회원권값 하락과 입회금 반환 요구가 골프장 입장에서는 가장 큰 걱정이다.
◇골프회원권 하락, 언제까지 이어지나
골프회원권값은 지난 2008년 4월 평균 3억1705만원에서 지난해 말 1억1266만원으로 64.5%나 폭락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분양한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고가 회원권값의 하락폭이 컸다. 투자가치가 사라지고 이용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회원권값은 추가로 20~30%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회원권값이 추락하게 되면 입회금 반환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조사한 입회금 반환 규모에 따르면 2012년에는 1조360억원, 2013년 8870억원, 2014년 7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실제 입회금을 반환한 규모가 적기 때문에 올해 입회금 반환액은 총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호남 지방의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입회금 반환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지금은 잘 다독거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해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도 불안한데 회원들 마음은 어쩌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골프이용객 감소, 반전은 없나
골프장의 경영실적 악화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0%로 떨어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는 적자폭이 더 커져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린피 인하가 상시 적용되면서 일부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대중제 골프장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결국 골프장 이용객수가 줄어드는 데다 1인당 객단가마저 크게 떨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은 빠르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 경영난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20여개 회원제 골프장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00년 이후 개장한 100여개 회원제 골프장들 중 탄탄한 자본이 뒷받침 되는 대기업 소유 골프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회생절차 위기에 봉착했다. 골프업계에서는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던 중과세를 폐지해야 살 수 있다”고 항변하지만 ‘부자감세’라는 국민 여론 때문에 정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지난해 골프장 이용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골프장의 경영난은 계속되고 있다. 골프장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 조정과 캐디선택제 도입, 그리고 비골퍼들을 위한 골프장 개방 등의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