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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짬짜라이 짬자이~, 이경규 오마주"(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2.10.29 08:42:17

`광해` 흥행으로 2000만 배우 등극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주연.."어깨 무겁다"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007 스카이폴’과 같은 날 개봉해 박스오피스 4위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권은 “50년간 홍보해온 작품을 어찌 당하겠느냐”며 “그래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육상효 감독과 50년간 코미디 연작을 발표하는 거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예술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에이, 과분하죠~”

‘2000만 흥행 배우’ 소리에 그가 보인 반응이다. 김인권(34)은 2009년 ‘해운대’에 이어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2000만 관객 동원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기쁨’ 보다는 ‘우려’가 컸다. “‘해운대’ ‘광해’로 2000만보다는 ‘강철대오’ 200만이 더욱 값질 것 같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난 25일 개봉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이하 강철대오)은 ‘명품 조연’ 김인권의 두 번째 주연작이다. 포스터 한가운데 그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혔다. 단독으로 포스터를 장식한 건 육상효·김인권 콤비의 첫 작품 ‘방가? 방가!’(2010)에 이어 두 번째다. 김인권은 “좋으면서도 걱정된다. 전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감까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 전주-안동 오가며 강행군…“겹치기 출연 반성”

김인권은 ‘광해’와 ‘강철대오’ 사이 배우로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출연 결정은 ‘강철대오’가 먼저였다. 투자 등의 문제로 촬영이 지연되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영화를 한 편 더 촬영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광해’다. 추창민 감독의 구애가 적극적이었다. 김인권은 “말하자면 양측 수뇌부끼리 빌려주고 갖다 쓴 것인데, 물론 ‘광해’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두 번은 못할 짓”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지막 1주일 촬영이 겹친 거예요. 해가 떴을 때에는 전라도 전주에서 ‘강철대오’, 해지면 경상도 안동에서 ‘광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버텼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캐릭터에 몰입할 수가 없었어요. 저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하던지요. 앞으로 겹치기 출연은 절대 하지 말자, 깊이 반성했습니다.”

◇ ‘강철대오’에 이경규 있다

1000만 영화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감초’ 역할을 해낸 그는 이렇듯 자신을 낮추고 또 낮췄다.

‘강철대오’에서 맡은 역할은 연애 한 번 하기 위해 혁명 투사가 된 중국집 배달부 강대오. 배경은 1980년대다. 철가방을 들고 자장면을 배달하던 대오는 여대생 예린(유다인 분)에게 반해 영문도 모른 채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가한다.

김인권은 “이번 영화 촬영하며 철가방 돌리기에 컵 세팅, 단무지 썰기 등 어디 다시 써먹을 데 없는 기술을 많이 익혔다”고 눙쳤다. ‘황비홍’ 박철민 등 중국집 동료와 주고받는 전문 배달 용어도 웃음을 유발한다. 극 중에서 은동권의 은어로 둔갑하는 ‘짬짜라이 짬자이 미문찝 뻥개 배달해야’(짬뽕과 자장면을 많이 미 문화원에 신속하게 배달해달라는 뜻) 등의 대사가 그것이다.

김인권은 “당시 유행했던 광둥어에 홍콩식 억양을 섞어 만들었는데 원조는 이경규 선생님 아니겠느냐?”라며 “말하자면 ‘복수혈전’ 등 영화를 통해 이소룡을 꿈꿨던 이경규에 대한 오마주다”라고 설명했다.

◇ 극 중에선 ‘평미남’, 현실에선 ‘평이남’

김인권은 배우로 그를 다시 보게 한 ‘해운대’부터 ‘방가? 방가!’, ‘퀵’, ‘광해’ 그리고 ‘강철대오’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간 줄곧 ‘웃긴 연기’를 해왔다. 차기작도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하는 휴먼 코미디 영화 ‘전국노래자랑’이다.

캐릭터는 대부분 외모도, 조건도 부족한 ‘평미남’(평균 미만의 남자). 그럼에도, 흥행 성적은 늘 ‘평균 이상’이다. 그 비결로 그는 극 중 캐릭터만큼이나 실제로도 지극히 서민적인 외모와 조건을 꼽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 대한 동정, 연민 같은 게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인간적인 역할을 했을 때 관객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말론 브란도 보다는 찰리 채플린. 앞으로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한대욱 기자)

김인권은 딸 부잣집 가장이다. 스물여섯 살에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해 일곱 살, 다섯 살, 두 살 된 딸을 셋 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을 걱정하는 소시민. 하지만, 마음만은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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