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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남 '배짱 투구' 뒤엔 슬라이더 있다

정철우 기자I 2012.07.09 08:47:05
최향남.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풍운아’ 최향남(41)이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트라이크 일변도의 과감한 공격적 피칭. 공을 잡으면 바로 포수를 향해 던져 타자를 잡아낸다.

마무리인 그가 등장하는 상황은 늘 숨 막히는 접전의 순간. 그런 것 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 시원하게 뿌려대는 최향남의 투구쇼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직구가 고작해야 130km대 후반이라는 점이다. 최고 마무리 오승환(삼성) 처럼 150km가 넘는 공을 뻥뻥 뿌려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향남의 승부수에 타자들은 연신 헛 방망이질을 하기 일쑤다.

그 중심엔 빠른 타이밍이 있다.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잡으면 바로 던진다. 보통 투수가 ‘하나,두~울, 셋’이라면 최향남은 음악 기호 비바체(매우 빠르게)가 붙은 ‘원,투,쓰리’다. 0.01초의 타이밍에도 영향을 받는 타자에겐 곤혹스러운 일. 그의 공을 받는 KIA 포수 김상훈은 “볼 끝도 좋고 템포도 무척 빠르다. 타자들이 3~4km는 더 빠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향남이 무조건 직구만 던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향남의 공격적인 투구를 돕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슬라이더가 그것이다. 궤적으로만 보면 직구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거의 꺾이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타자 앞에 다 가서야 조금 변화를 주며 포수 미트에 꽂힌다. 구속운 128km~130km 초반. 직구보다 느려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최향남의 빠른 템포 직구를 보던 타자에겐 눈에 익은 스피드의 공. 자신있게 배트를 내보지만 마지막 순간 변화가 생기니 중심에 맞히기 어렵다. 혹 손을 안댄다면? 그 역시 스트라이크 존에 꽂힌다. 8일 목동 넥센저서도 그랬다. 직구로 윽박지르고 슬라이더로 승부를 걸었다. 이날 9회에만 3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모두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구속? 128km가 가장 빨랐다.

김상훈은 “슬라이더가 직구와 거의 차이가 없다. 커터와 던지는 법은 다른데 들어오긴 그 이상의 위력이 있다. 여기에 향남이형의 자신감이 공 끝을 더 매섭게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닥공’ 최향남도 무조건 직구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변화구 속에서도 “승부는 결국 나와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흔들림 없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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