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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중년의 봄 `활짝`..감성 열풍 잇는다

조우영 기자I 2012.04.26 08:25:0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6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울림의 김창완, 자전거 탄 풍경, 백두산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가요계가 모처럼 풍성해졌다. 25일 각 음악 차트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의 가수들이 골고루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자음과 외계어 대신 통기타 선율과 서정적인 노랫말이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케이블 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 출신 버스커버스커의 돌풍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약 한 달째 `벚꽃 엔딩`, `여수 밤바다`, `꽃송이가` 등 데뷔 앨범 수록곡 전곡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가요계 감성 열풍에 방점을 찍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등장과 더불어 아이돌이 대세를 이루던 가요계에 40, 50대 중년 가수들도 잇달아 컴백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약 10년 전 영화 `클래식`의 OST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포크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이 8년 만에 다시 뭉쳐 `예스터머로우`라는 앨범을 최근 발표했다. 자전거 탄 풍경은 버스커버스커가 `가장 닮고 싶은 그룹`으로 꼽기도 해 재조명되고 있다.

김창완이 이끄는 전설급 밴드 산울림은 데뷔 35주년을 맞아 새 앨범 `분홍굴착기`를 17일 내놨다. 어느덧 40대가 된 박진영은 가인과 함께 부른 R&B 곡 `다른 사람 품에 안겨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별 아닌 이별`의 가수 이범학은 20년 만에 트로트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록그룹 백두산은 오는 29일 첫 방송 되는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2` 무대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와 중년 남자 가수들의 복귀는 지난해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가 지핀 복고 불씨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8090 문화의 향수를 자극한 영화 `써니`와 `건축학개론`의 흥행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공연 시장에서 중년 가수들의 활기는 더욱 눈에 띈다. 산울림은 내달 18, 1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자전거 탄 풍경과 백두산 역시 오랜 만의 단독 콘서트에 이은 전국 투어를 준비 중이다.

이들 소속사 측은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행사 섭외 요청도 크게 늘었다"며 "공연은 대부분 매진되는 추세다. 오히려 공연을 여는 가수가 너무 많아 대관이 어려워져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음악계에서는 온라인 음악사이트의 구매 중심축도 30~40대의 비중이 점차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관심이 있고 장사가 되니까 공연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중과 호흡하려는 가수들의 낮은 자세도 한몫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화려했던 명성을 내세워 무늬만 높은 출연료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몸값을 대폭 낮춰 보다 많은 팬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년 가수들의 표면적인 성적이 아직 크게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박진영을 제외하면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기는 어렵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획일적인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에 지친 대중의 귀가 일상의 감성을 전하는 따뜻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며 "주류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건 분명하지만 변덕이 심한 대중의 바람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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