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일구대상 김인식 감독 “모처럼 아내와 재미나게 지냅니다”

경향닷컴 기자I 2009.12.11 08:45:19
[경향닷컴 제공] 이치로도, 하라도 꼼짝 못하게 했던 입담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김인식 전 한화 감독(62)은 9일 전·현직 프로야구인 모임인 일구회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뒤 사회자가 “왜 감독님들은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한 마디도 얘기를 안 하죠”라고 짓궂게 물어오자 이렇게 대답했다. “저 양반들이 말은 안해도 상대방 손짓 발짓 이런 거는 모두 보고 있다”며 “다음에 저 감독은 뭘 할지, 어떻게 움직일지 이런 거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속으로는 ‘넌 이제 나한테 죽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소가 터졌다. 야구인들은 대상을 받은 김 전 감독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제일 먼저 꽃다발을 건넨 SK 김성근 감독과는 서로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 친구인 코미디언 배일집씨는 꽃다발을 전한 뒤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한화 감독직을 떠난 지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감독할 때는 길어야 한 달 집에 있었는데, 두 달이 넘었네”라면서 “집사람하고 모처럼 재미나게 지낸다”며 웃었다. 얼굴이 좋아졌다.

김 전 감독은 “요즘엔 오전에 한 시간 산책하고, 집사람이 태워주는 차 타고 병원 가서 침 맞고, 뭐 그렇게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산책은 느리지만 즐겁다. 김 전 감독은 “내가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신고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면 앞에서 사람이 와서 지나가. 조금 있으면 누군가 뒤에서 막 뛰어와. 돌아보면 아까 그 사람이야. 내 얼굴 다시 한 번 보고는 ‘아 맞네’ 그래. 허허. 그러고 다시 지나가. 조금 있으면 그 양반이 뭐라고 소리를 질러. ‘김인식 파이팅’ 이러고 가는 거야”라며 빙긋이 웃었다. 역시 ‘국민 감독’이다.

산책이 끝나면 부인이 모는 차를 타고 서울 종암동의 한의원을 찾는다. 침 맞는 데 한 시간. “그동안 집사람은 백화점 가서 재밌게 노나 봐. 허허.” 금실이 좋아졌겠다고 하니 “좋지 뭐”라며 다시 웃었다. 혹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이 됐을 때 반대하지 않았는지 물으니 “몸도 안 좋은데 그런 거 뭐하러 하냐고 하더라”며 또다시 껄껄 웃었다.

아름다운 노후처럼 보이지만, 야구는 끊기 어렵다. 감독직은 떠났지만 은퇴는 아니다. ‘국민 감독’이 야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 보인다. 김 전 감독은 “올림픽, WBC 치르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이 확실히 높아졌다. 이제 더 이상 미국, 일본 주도의 야구가 아니다”라며 “발전된 실력을 선수도, 후배 감독·코치들도 팬들에게 꾸준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고문으로 일하게 된 김 전 감독은 “김태균, 이범호가 떠났지만 한대화 감독이 잘 하리라 믿는다”며 “구단이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다리면 내년 시즌이 끝날 때쯤 새로운 김태균, 새로운 이범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 전 감독은 ‘국민 감독’ 이전에 ‘믿음의 야구’ 감독이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