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제가 동물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는 게 좀 생뚱맞기는 하겠죠?”
MBC 아나운서 출신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반문이다.
MBC ‘100분 토론’과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주로 시사성 있는 프로그램에서 균형감 있고 명료한 진행자로 인지도를 쌓아온 손석희 교수에게 동물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은 잘 연상되지 않는 분야다.
하지만 손석희 교수는 오는 12월 4일과 11일 2회로 나뉘어 MBC스페셜을 통해 방송될 MBC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라이온 퀸’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라이온 퀸’ 첫회 내레이션 더빙을 한 손석희 교수를 인터뷰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왜 자연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이냐는 것이었다. 손석희 교수는 아나운서 시절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경험도 있었지만 그 마저도 2000년 ‘대우자동차 집단해고’, 1990년대 중후반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세균전 의혹’ 등이었다고 했다.
“MBC 입사 1년 후였던 1985년에 세계 청소년의 해를 맞아 유럽과 아프리카 6개국을 돌며 청소년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마지막 나라가 케냐여서 동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면서 동물 다큐멘터리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24년 만에 꿈을 이뤘다? 24년간 다른 분야에서 입지를 쌓았다면 과거 바람은 잊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 바람이 어떻게 다시 나왔을까? 혹시 ‘100분 토론’ 진행자에서 물러나며 새로운 방송활동을 모색하려는 것일까?
손석희 교수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대로 방송활동을 하면서 교수생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온 퀸’ 연출자 최삼규 PD가 MBC 입사동기인데 동물다큐멘터리를 준비한다면서 내레이션에 참여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 때 24년 전 생각이 났고 개인적으로도 동물다큐멘터리를 좋아해 수락을 했다”며 “PD와 서로 개인적 취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10년 만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더구나 생소한 분야의 내레이션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손석희 교수는 “어떤 톤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정형화된 내레이션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스타일이 좀 건조한 편이어서 내 딴에는 그나마 기름기 있게 하려고 했다. 생방송을 주로 하다 보니 내레이션 더빙을 하며 제작진에게 지적받는 부분을 다시 더빙하는 게 생소하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손석희 교수, '영상대전' 포토제닉상 수상 "쑥스럽다"
☞'100분 토론' 손석희 고별방송 시청률 2배 '껑충'
☞손석희 '100분 토론' 고별사 "첨예한 논쟁의 장에서 8년…"
☞손석희의 마지막 '100분 토론', MBC 편성변경 '배려'
☞'100분 토론' 마지막 방송 앞둔 손석희 "8년간 잘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