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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했다. 롯데가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팀의 운명을 걸고 실험을 할 리는 없다.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4강에 들기 위해, 우승을 하기 위해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을 데려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로이스터 감독에게 선수를 줘야 한다.
로이스터에게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와 같은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 히딩크가 그랬다는 의미는 아니다 – 연금술사가 아니다.
로이스터는 메이저리그에서 1년, 마이너리그에서 10년간 감독 생활을 했다. 그 가운데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트리플A 이상에서의 성적만 따져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LA 다저스 산하)에서 5년간(96~98, 05~06) 감독 생활을 했지만 승률 5할 이상을 딱 한 번(96년)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유일한 메이저리그 감독 경험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2002년 밀워키에서 53승94패(.391)라는 부진한 기록을 남기고 곧바로 해임됐다.
우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로이스터가 여태껏 감독으로서 좋지 못한 성적을 냈다고 해서 결코 그를 무능한 감독으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미 릴랜드 디트로이트 감독(.496)이나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489)도 통산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한다.
지바 롯데의 영웅이 된 바비 밸런타인도 메이저리그 통산 승률은 5할을 겨우 넘는 5할1푼으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약한 팀을 맡으면 낮은 승률을 낼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에서도 김인식 한화 감독(.495)과 강병철 전 롯데 감독(.473), 이광환 전 LG 감독(.498) 같이 널리 인정 받는 지도자들이 통산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로이스터 감독이 다른 모든 감독과 마찬가지로, 좋지 못한 전력으로는 좋지 못한 성적 밖에 낼 수 없었다는 사실은 그의 경력으로 볼 때도 분명히 알 수 있다. 4강에 들 수 없는 롯데의 전력으로 4강 안에 드는 결과를 낼 수는 없을 거라는 의미다. 그도 취임 기자회견 때 “(올해 7위에 그친 롯데가) 단번에 상위권에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금을 그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말은 정직하고 정확한 상황 진단이지만, 롯데 구단이나 팬들의 마음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롯데 구단은 이미 2년 전에 ‘당장 4강에 들고 싶어서’ 양상문 감독 대신 강병철 감독을 택한 바 있다.
2년 전에 이미 바닥난 인내가 로이스터 감독 영입과 더불어 다시 채워졌을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외국인 감독 영입은 그룹과 구단의 인내가 바닥보다 더 아래로 떨어졌음을 의미하겠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를 관용어구로 만들어 버린 롯데 팬들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롯데 구단과 팬은 당장 4강에 가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롯데 구단은 로이스터 감독에게 선수를 줘야 한다. 롯데는 2007년 8개 팀 중 7위를 했다. 533점을 낼 동안 556점을 잃었다. 이대호 외에 쓸 만한 타자가 없고, 손민한 외에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정해진 마무리투수도 없다. 제리 로이스터가 아니라 토니 라루사(세인트루이스 감독)나 바비 콕스(애틀랜타 감독)가 온다고 해도 막막할 것이다.
롯데는 FA 이호준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이호준이든 김동주든 조웅천이든 롯데는 FA 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용병을 잘 뽑아와야 한다. 머리를 잘 짜고 부지런히 다른 구단과 접촉해서 팀 전력 구조를 혁신할 만한 트레이드도 검토해야 한다.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고 미련해 보였지만, 어쨌든 롯데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이 팀을 구원해줄 거라고 믿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롯데 자이언츠도 얼마든지 밀워키나 라스베이거스처럼 또 다른 로이스터의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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