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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불황에 허덕이는 대중음악계의 구세주’, ‘가요 획일화의 장본인’.
남성 3인조 그룹 SG워너비에 대한 평가는 참 엇갈린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초반에 가볍게 10만장(이게 요즘 가요계에서 얼마나 의미가 큰가!)을 넘고, 해마다 음반 판매 순위 1,2위를 다투는 인기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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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인기의 다른 쪽에 미디엄 템포와 ‘소몰이 창법’으로 획일화된 노래가 쏟아지는 풍토를 주도했다는 달갑지 않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SG워너비의 4집 ‘더 센티멘털 코드’(The Sentimental Chord)는 그런 상반된 평가 속에서 내놓은 새 앨범이다.
1집부터 그래왔듯이 4집 역시 발매 직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음반 판매량 집계사이트 한터닷컴을 비롯해 대형 음반매장인 교보문고 핫트랙스 등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디지털 음원 역시 타이틀곡 ‘아리랑’이 SG워너비와 같은 회사인 맥스MP3의 차트를 비롯해 벅스, 소리바다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차트상의 수치로는 여전한 대중적 인기이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던듯 SG워너비의 리더 채동하는 쇼케이스 때 “특정 장르나 창법에 편중됐다는 시선과 오해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면서 “하지만 노래에 담긴 마음만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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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형식에 담은 친근하고 익숙한 노래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담았다는 4집의 전체적인 느낌은 90%의 친숙함과 10%의 새로움이다. 다시 말해 가장 ‘SG워너비스러운’ 곡들 속에 ‘어, 이런 음악도 하네’라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노래가 살짝 숨어 있다.
타이틀곡 ‘아리랑’은 전자에 속하는 노래이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새롭다. 국악 굿거리 장단에 해금, 장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 악기가 등장하고 그 장단 위에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스트링 선율이 얹혀 있다. 도입부를 이끄는 판소리풍의 여성 피쳐링은 후반부의 ‘훅’(노래의 독특한 멜로디나 리듬이 담긴 후렴 부분)에서 극적인 감성을 고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외형상 새로워 보이는 틀 위에 놓인 SG워너비의 노래는 여전하다. 감정을 깊게 담은 김진호의 보컬이 노래를 이끌어가면 이를 채동하와 김영준이 차분히 뒤에서 받쳐준다. 빠르기는 역시 미디엄 템포.
두 번째 트랙인 ‘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낡은 LP를 트는듯한 효과음을 이용한 재치있는 인트로에 이어 비교적 차분한 랩이 노래의 전반부를 연다. 하지만 역시 클라이맥스에서 듣는 이에게 노래에 담긴 느낌을 강하게 전하는 것은 여전히 절규하듯 노래하는 김진호의 목소리다.
옥주현이 피쳐링으로 참여한 ‘한여름날의 꿈’은 이국적인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친숙한 ‘SG워너비 사운드’이다. 오랜만에 노래에서 목소리를 듣는 옥주현은 비교적 무난하게 자신의 파트를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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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션의 욕심 엿볼 수 있는 노래 '스테이'
‘아리랑’과 함께 쇼케이스에서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곡 중 하나인 ‘가시나무새’는 김진호의 보컬이 지닌 매력이 잘 느낄 수 있는 노래이다. 비교적 듣기 편한 미디엄 템포의 노래들로 구성된 전반부 트랙에 비해 이 노래는 느리면서도 애절한 정서를 담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이면서 가끔 감정 조절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던 김진호는 ‘가시나무새’에서 매끄럽게 완급 조절을 하는 한 단계 성숙해진 보컬을 선보였다.
친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보컬실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그들의 노래에 사람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것을 충실하게 만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이번 4집의 강점이 있다.
물론 음악적 모험이나 새로운 시도 등 뮤지션의 ‘욕심’을 더 부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11번째 트랙 ‘스테이’(stay)를 들으면 앞으로의 앨범에서 그런 기대를 가져볼만 하다.
록 비트를 가미해 브릿팝 스타일로 부른 ‘스테이’는 그동안 SG워너비의 앨범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노래이다. 늘 절절하게 부르던 김진호가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채동하와 김영준이 여유롭게 서로 노래를 주고받는 구성이 의외로 신선하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번 앨범의 숨은 ‘타이틀곡’으로 추천할 만한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