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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인생을 살던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모험을 그린다. 전작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이어 세 번째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다.
‘미키 17’에서는 상황의 착오로 17번째가 죽기 전 18번째가 프린트되며 자신의 존재가 두 명이나 되어버린 주인공 ‘미키’ 못지않게 악역인 독재자 부부 캐릭터가 강렬한 존재감과 개성을 발산한다.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이 연기한 우주 사령관 케네스 마셜·일파 마셜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독재자 부부는 서로 없이 죽고 못 사는 환장의 닭살 케미와 코믹한 모습으로 극 곳곳에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들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출하는 모습이 연신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희화화된 이미지 이면에 인종 우월주의와 근본주의, 배타적 제국주의를 표출해 섬뜩함을 안기는 캐릭터다. 얼음행성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뒤틀린 욕망과 이기심으로 그 어떤 잔혹한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익스펜더블’인 ‘미키’의 존재를 가장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개봉을 앞두고 최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진행된 시사회에선 ‘미키 17’ 속 마셜 부부의 이미지와 이들과 관련한 주요 장면 일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실존 인물들과 역사 속 특정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지난 17일 진행된 국내 시사회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가 다른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와 비교해 정치 사회적 이슈들에 민감한 전통이 있다. 또 현지 취재진도 다소 정치적이지만 재미있는 질문들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특히 공통적으로 마크 러팔로 캐릭터 관련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 그걸 보며 전 세계가 다 똑같다고 느꼈다. 다들 본인 나라에서 안 좋았던 정치적 경험을 투영해 해당 캐릭터들을 바라봐주시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 게 영화적 재미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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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도 들려줬다. 봉 감독은 “베를린에서 어떤 기자님이 ‘봉 감독님 혹시 방구석에 크리스탈 볼을 숨겨놨냐’고 묻더라. 그게 ‘점쟁이처럼 예언이 맞아 떨어졌을 때’ 사용하는 프랑스식 표현인 것 같더라”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정 시국, 특정 인물 한 명을 염두에 두고 인물, 장면을 그리진 않았으나 대신 마크 러팔로와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실제 역사에 존재하는 특정 정치 인물들을 예시로 들며 브레인스토밍을 해나갔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마크 러팔로에게 캐릭터를 설명하며 특정 정치인들을 언급한 건 사실이다. 이런 거 재미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예시를 든 적은 있다”라며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데 독재자가 한 명이 아닌 커플이면 그럴 때가 더 무섭고 웃기고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가까운 과거를 살펴봐도 사례가 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는 게 미안하지만 필리핀의 마르코스 부부도 있고, 과거 루마니아의 챠우셰스쿠 부부도 악명을 떨쳤다. 그들이 일으킨 구체적 사건들도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그렇게 케네스와 일파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렇게 나쁜 정치인들의 모습을 용광로처럼 섞어봤다. 분명 그렇게 탄생했는데 각 나라마다 자국의 현재 상황에 캐릭터를 투사해서 보셨나보다.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며 제가 말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보시는 분들의 판단은 자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