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복귀하는 박성현…“골프 인생 다 걸었다”[신년인터뷰]

주미희 기자I 2025.01.07 07:00:00

LPGA 투어 통산 7승·전 세계 1위 박성현 인터뷰
여자골프 ‘장타 열풍’ 몰고 온 장본인
美 신인왕·올해의 선수 동시 석권 ‘업적’
어깨·손목 부상 겪으며 하락세…“다시 우승할 것”
올해 美 마지막 시드…“초반부터 좋은 모습 보이겠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모든 걸 쏟아부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임할 겁니다. 이제 시드가 1년밖에 남지 않아 부담스럽지만, 후회 없이 해볼 겁니다.”

박성현이 최근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올 시즌 목표 등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박성현은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선수다. 171cm의 큰 키에 보이시한 모습으로 평균 드라이브샷 250m 이상의 장타를 날리며 ‘장타 열풍’을 몰고 왔다. 2015년 3승, 2016년 무려 7승을 거둔 박성현은 2017년 LPGA 투어에 진출했다. 미국 진출 첫해 메이저 US 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2승을 거뒀고, 그해 LPGA 투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 석권했다. 또 최초 신인 신분으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9년까지 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박성현은 2020년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6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진입이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손목 부상까지 겹쳐 LPGA 투어 병가를 내고 재활과 훈련에 매달렸다. 2025년은 박성현에게 LPGA 투어 시드가 남은 마지막 해다. 그가 “골프 인생을 걸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우승할 때의 집중력·몰입감 다시 느낄 것

박성현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성기 때의 집중력과 몰입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승할 땐 갑자기 다른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공 하나 하나에만 집중했다”며 “몇 타를 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다”고 말했다. 흔히 ‘존(Zone)에 들어갔다’고 표현하는 순간이다. 박성현은 “그 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 최근에는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경험하지 못했지만, 빨리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매년 우승을 쓸어담던 2015~2019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속상한 마음 뿐이다. 박성현은 “그때는 계획한 것들이 모두 ‘착착’ 이뤄졌다. 하고 싶은 걸 다 밀어붙였고, 경기할 때도 거침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마음이 풀어지고, 위축된 것 같다. 샷 하나를 할 때도 실패를 먼저 생각할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골프는 고독한 스포츠다. 내성적인 박성현에게 더 그랬다. 그는 필드 안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홀로 걷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다. 그런 박성현에게 미국 무대에서 뛰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박성현은 “영어가 유창한 편도 아니고 외국인들과 지내는 것도 거리감이 있었다”면서 “초반에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박성현은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했고 살아남았다. 박성현은 다시 우승을 꿈꾼다. 그는 “지금까지 약 5년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항상 ‘된다’,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 꼭 우승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민무늬도 각오했는데…새 스폰서 모자 쓰고 자신감

박성현은 지난달 복합 리조트 기업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인스파이어)와 메인 후원 계약을 맺었다. 새로운 스폰서와 함께 하게 된 만큼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여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성현은 “선수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올해 ‘민무늬 모자’도 각오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후원사를 맞아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생겼다”며 “더 편안한 마음으로 2025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이미 지난달 5일 태국으로 출국해 훈련에 들어갔다. 미국으로 이동해 2월 말까지 2차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3월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를 뛴다. 그는 “경기 감각을 살리는 걸 중점적으로 훈련할 생각이다. 부활을 위해 연습과 훈련, 하고자 하는 마음, 이 3가지만 생각하겠다”며 “부상이 다 나았고 아픈 곳도 전혀 없다. 훈련을 잘 마무리해서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폭발적 장타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 다만 거리 욕심은 없고, 쇼트게임·퍼트 등 정확도가 잘 다듬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박성현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거리가 많이 나가는 선수랑 치면 괜스레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정타에 맞으면 80%는 잘 나갈 정도로 회복됐습니다.”(웃음)



박성현이 최근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올 시즌 목표 등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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