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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표정이었다. 배우 태원석은 지난 1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플레이어’(극본 신재형, 연출 고재현)을 떠올리며 이처럼 말했다.
‘플레이어’는 사기꾼(송승헌 분)·운전수(정수정 분)·해커(이시언 분)·싸움꾼(태원석 분)이 뭉쳐 더러운 돈을 훔치는 범죄액션물. 태원석은 극중 싸움꾼 도진웅 역을 맡아 ‘주먹요정’, ‘제2의 마동석’으로 불렸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 때부터 캐릭터를 위해 한달 만에 35kg을 증량했다고 밝혀 주목 받았다. 캐릭터 준비 과정은 드라마만큼 극적이었다.
“추천으로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3일 후 오디션인데, 시놉시스를 보니 도진웅은 몸집이 커야겠더라. 3일 동안 4kg을 찌웠다. 고재현 감독님이 이를 좋게 봤다. 조금 더 키울 수 있느냐는 말에 ‘너무 쉽다’고 답했다. 사실 자신은 없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두 차례 오디션을 거쳐 합격했다는 말을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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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도 있었다.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했고, 자고 일어나면 1~2kg 감량이 돼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식도염과 무릎과 허리, 발목 저림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마다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 8년을 무명으로 보냈다. “잠 안자고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언제까지 할 거냐”라는 말도 들었다. 지난 시간을 되새기면 첫 미니시리즈 주연작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캐릭터 준비는 시작이었다. 신사적인 송승헌, 유쾌한 이시언, 소탈한 정수정 등 어느새 편안해진 동료들이 있었지만, 혼자 신을 담당할 땐 부담이 컸다. 캐릭터 설정 탓에 거친 액션신이 유난히 많았던 그다. 크고 작은 부상 보다 행여 드라마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
“4화에 케이지 격투기 장면이 있다. 열심히 치고 박았다. 쉬는 시간 스태프가 저에게 ‘코피 분장을 했느냐’고 물어봤다. 피멍 분장은 해도 코피는 그리지 않았다. 실제 제 피가 주르륵 흐르던 거였다. 그만큼 몰입해서 찍었단 생각에 뿌듯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러다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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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뭐라도 움직여야 마음도 편했다. 집에도 눈치가 보이니까. (웃음) 자신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플레이어’란 기회가 올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양면을 가진 도진웅 캐릭터처럼 태원석도 귀여운 면모가 있었다.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본 후 감동 받아 동아방송대 뮤지컬학과에 진학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며 “노래를 잘 부른다”고 쑥스러운 얼굴을 했다. 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치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밖에도 수다 떨기에 자신이 있었고, 커피와 디저트를 사랑하고 요리를 좋아했다. 이 기회에 도진웅처럼 손톱 관리도 받아볼까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당분간 어렵게 키운 몸집을 유지할 생각이다. 지금도 1.3kg씩 닭가슴살을 3시간 마다 먹고 있다. 각종 닭가슴살 요리법을 돌고 돌아 지금은 갈아 마시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품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배우 톰 하디가 롤모델이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은 얼굴을 딱 한 번 드러낸다. 커다란 몸집이지만 그가 표현하는 감정은 한없이 유연하다. 그 눈빛에 매료됐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고 싶다. 극단적인 액션도 좋고, 드라마 ‘미생’처럼 일상 연기도 좋다. 보여드릴 게 많다.”
▷배우 태원석은… ▲출생=1989년 6월 10일 출생 ▲데뷔=SBS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2010) ▲ 출연=뮤지컬 ‘까르페디엠’(2011), 영화 ‘몽타주’(2012), ‘공즉시색’(2015),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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