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윤상 '세대·장르 아우른 뮤지션…南北도 아우른다"

김은구 기자I 2018.03.26 08:11:49
윤상(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평양 공연을 할 남측 예술단의 음악 감독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워낙 얌전한 캐릭터였으니까요.”

티아라, 씨야, SG워너비 등을 제작한 음반기획자 김광수 프로듀서는 윤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광수 프로듀서는 작곡가인 윤상이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1990년 발매)를 가이드 녹음한 것을 듣고 가수 데뷔를 권유한 주인공이다. 가이드 녹음은 가수가 노래를 녹음할 때 따라부르도록 하는 샘플링 작업이다.

25일 김광수 프로듀서에 따르면 당시 윤상은 처음에는 “노래는 못한다”고 고사했다. 김광수 프로듀서는 “가수가 가창력이 있고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감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울릴 줄 알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제야 윤상은 “사실 써놓은 곡이 있다”고 했다. 윤상의 가수 데뷔곡이자 히트곡으로 윤상이 가수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준 ‘이별의 그늘’(1991년 발매)이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윤상의 ‘끼’를 드러내는 에피소드다.

윤상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음악인으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다. 오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2회 공연을 하는 우리 측 예술단 160여명을 음악 감독으로서 이끌게 됐다. 윤상은 우리 측 예술단의 수석 대표로 지난 2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된 평양공연과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현송월 단장의 협상 파트너로 참석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윤상을 음악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를 “우리 대중음악의 세대별 특징을 잘 아는 적임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정된 것 아니냐는 색안경을 낀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윤상은 그런 기준에 분명 적임자다. 윤상도 남북 실무접촉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방북에 참여하는 가수들로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레드벨벳이 발표된 후 자신의 선정 이유를 “참여하는 분들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상은 다양한 가수들과 작업을 하며 폭넓은 음악활동을 해왔다. 가수로서는 발라드 음악을 했다. 데뷔 앨범에 이어 1992년 발매한 정규 2집 파트1의 ‘가려진 시간 사이도’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수 데뷔 이전에는 신촌블루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봄여름가을겨울의 베이시스트 자리를 제의받기도 했다. 김완선, 이승철의 백밴드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고교시절에는 친구들과 뉴웨이브 밴드를 하려 했다. 당시 데모 테이프가 돌고 돌다 고 김현식의 손에 들어갔고 수록곡이었던 ‘여름밤의 꿈’이 1988년 김현식의 앨범에 담기며 작곡가로 데뷔했다. 강수지 ‘보랏빛 향기’, 황치훈 ‘추억 속의 그대’ 등을 썼다. 변진섭, 김민우 등에게도 곡을 써주며 작곡가로서 입지는 가수로서보다 더 탄탄했다. 아이유 ‘나만 몰랐던 이야기’, 이민수와 함께 만든 가인 ‘돌이킬 수 없는’ 등 후배 가수들에게도 곡을 줬다. 윤상이 피처링을 하고 소녀시대가 불러 2009년 발매된 ‘랄랄라’는 1997년 윤상이 공동제작을 한 혼성듀오 알로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이뿐 아니라 윤상은 박효신과 성시경 등 발라드 가수들에게 곡을 줬고 윤종신의 월간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에도 참여를 했다. 프로듀싱팀 원피스를 결성해 걸그룹 러블리즈를 데뷔 때부터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2003년 즈음 미국 유학을 떠나 버클리 음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뉴욕대(NYU)에서 뮤직 테크놀러지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이론적으로도 충분한 지식을 갖춘 뮤지션이 윤상이다.

남북 실무접촉 이후 주어진 시간은 불과 10여일. 두번째 공연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북측과 합동공연을 추진해야 한다. 불안요소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존 윤상이 보여준 모습들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상이 유희열, 이적과 함께 갑작스럽게 페루로 떠나게 된 tvN 예능 ‘꽃보다 청춘-페루 편’일 게다.

이 프로그램에서 윤상은 가수 데뷔 초창기부터 현재의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뜨거운 인기를 누리게 해준 우수에 찬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나치게 꾸밈없는 모습에서 짧은 기간 성장의 변화를 이뤄냈다. 연출자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페루 편’ 최고의 캐스팅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윤상이 데뷔 때부터 대중에게 확인시켜준 모습이다. 짧은 기간 성장과 변화다. 이번 방북 공연까지 윤상이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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