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이 열여섯.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가 ‘쯔위 사태’로 불리는 국제적 논란에 휩싸여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쯔위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지난해 10월 데뷔시킨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다. 데뷔 4년도 아니다. 이제 4개월 차 ‘신인’이다. JYP의 걸그룹 육성 TV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열세 살 때 아이돌이 되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찾았고, 트와이스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돌 연습생으로 보냈다. 멤버들 중에서도 쯔위는 ‘식스틴’ 때부터 빼어난 미모와 몸매로 주목을 받았다. ‘제2의 수지’ ‘제2의 설현’으로 불리며 일찌감치 될 성 부른 나무의 떡잎이었다. 데뷔 후에는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통신사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영광도 누렸다.
한창 잘 나가던 순간에 열여섯 살 소녀로서는 물론이고 성숙한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큰일에 처했다. 쯔위가 지난해 출연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해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청천백일만지홍기)를 흔든 것이 문제였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합의한 ‘92공식’에 따라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대만의 체제를 보장하는 대신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명과 국기를 쓸 수 없다.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를 꿈꿔온 대만 출신 소녀에게 무슨 의도가 있었겠냐마는 인터넷으로 쯔위의 영상을 본 대만 출신 중국 가수 황안은 “쯔위는 대만 독립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대만의 한 매체가 ‘쯔위는 애국자’라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중국의 여론은 들끓었고 JYP에 대한 보이콧으로 번졌다. JYP 소속 연예인 닉쿤과 그가 속한 그룹 2PM의 중국 스케줄도 취소됐다.
쯔위는 대만에서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때마침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터여서 ‘쯔위 사태’는 중국과 대만이 주시하는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다.
사태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치닫자 JYP 수장인 박진영은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다분히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쯔위도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 양안이 하나이며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소속사의 대응은 대만 여론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언론은 ‘쯔위 사태’가 총통 선거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의 134만표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본인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내 여론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열여섯 살은 정치를 비롯해 역사적 사회적 문제들에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추지 못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쯔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속사의 성급한 사과가 ‘없었던 의도’를 ‘있었던 의도’로 만들었다. 박진영의 사과문에 쓴소리가 많다. “돈이 무섭다” “한류의 주인은 중국” 등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쯔위 본인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연예인으로 더 성장해 가기를 희망한다면 이를 지켜주고 뒷받침해줘야 하는 게 어른들의 의무다”며 쯔위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마리텔’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다. 쯔위는 ‘마리텔’에서 소품으로 주어진 대만 국기를 받아 흔들었을 뿐이다. 출연자가 직접 가져간 소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지 여부를 체크해야 하는 게 제작진이다. 애초 제작진이 해명과 사과를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쯔위 사태’로 한류는 다시 한 번 실험대에 올랐다.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고, 해외 진출을 위래 외국인 멤버를 기용하고 다국적 그룹이 늘면서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한류가 발전의 단계를 넘어서 성숙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평론가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이제 기획사의 필수 덕목이 됐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외국인 멤버를 발탁했을 때 기획사가 얼마나 세심해야 할지 보여주는 게 이번 사례”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中 승부수, 만국 공통어 '가족愛'
☞ 中서 '폭풍효자' 만든 김영희 PD "부모께 전화 걸게 만들고 싶어"
☞ ‘황쯔리에 신드롬’ 분다, 황치열 대륙서 승승장구
☞ 여자친구 '스노플레이크', 맛보기 영상 나왔다
☞ 엠버 VS 쯔위, 같은 출신 다른 반응…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