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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먼저 질문부터. 거머리 ‘아갓씨’는 표절곡일까? 답은 현재 상태로 ‘아니다’. 다만 표절 의심을 받은 곡이다. 표절은 네티즌도, 작곡가도, 심지어 원작자도 아닌 ‘법원’이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머리 작곡 ‘아갓씨’의 카로 에메랄드 ‘리퀴드 런치’ 표절 논란이 일단락됐다. 카로 에메랄드 측이 “법적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궁금증은 카로 에메랄드 측이 두 노래가 유사하다거나, 나아가 표절이라는 용어까지 썼음에도 한발 물러선 이유가 무엇일까다.
몇몇 작곡가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일렉트로닉 스윙 장르의 특성상 표절 주장을 하는 게 모호하기 때문이다. ‘아갓씨’가 영향을 받은 노래 ‘리퀴드 런치’ 또한 앞서 2010년 발표된 지 스윙의 ‘디가 디가 두(Diga Diga Doo) Shentyl Remix’ 등과 기본적인 멜로디가 유사하다. 4박으로 반복되는 이 리듬은 bad boy good man의 ‘tape five’(2010·이하 발표년도) parov stelar ‘ragtime cat’(2009) Caravan Palacedml ‘Joile Coquine’(2008)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라이머리의 소속사가 이번 표절 논란에 밝힌 ‘장르적 유사성일 뿐, 기술적으로 다른 곡’이라는 공식 반박도 여기서 나온다. 카로 에메랄드 제작자가 트위터에 ‘영감은 카피된 멜로디 등보다 다른 어떤 것’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남긴 배경도 결국 곡 전체를 분해해보면 표절로 결론내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 때문에 ‘아갓씨’를 ‘표절’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단정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고 난감한 해석이다.
논란의 시작은 힙합을 작곡하는 요즘 작곡가의 작곡 스타일에서 나왔다는 게 우세한 분석이다. 국내 작곡가는 다른 곡의 멜로디를 일부 차용해 비트, 랩 등을 가미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피아노, 혹은 소프트웨어로 멜로디를 만들고 미디 작업을 한다. 오선지 위에 콩나물 모양의 음표를 그리는 작곡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 마치 디자이너가 더 이상 도화지 위가 아닌 포토샵 안에서 작업하는 변화와 같다.
이런 작업 스타일은 오마주(hommage·어떤 곡의 완성도를 높이 사 영감을 받은 곡), 레퍼런스(reference·참고 곡) 등을 넘어 표절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원래 리듬을 ‘레퍼런스’ 삼아 속도, 높낮이, 패턴 등을 바꾸다보니 샘플링과 표절의 경계선을 오고가게 된다. 프라이머리 역시 ‘아갓씨’를 만들면서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참조했다는 게 중론이다. 평소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밝힌 데다 ‘레퍼런스 곡을 가져왔다’며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 전주 부분을 들려준 게 그대로 ‘무한도전’ 전파를 타기도 했다. 정황상 프라이머리는 일렉트로닉 스윙의 일반적인 리듬을 전체적으로 깔고 몇몇 노래를 레퍼런스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은 표절이 아니다. 음악의 경우 가락·리듬·화음의 3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할 점은 곡을 해부해서 이들 3요소가 다르니 표절이 아니다고 말하더라도 전체적 분위기, 두 곡에 대한 일반 청중의 의견 등을 종합해 표절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작곡가라면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들어내기에 앞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게 창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프라이머리 역시 레퍼런스를 하는 대신 레퍼런스가 되는 데 집중한다면 ‘천재 뮤지션’이라는 애초 수식어를 되찾는 계기가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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